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회의원 가상자산(코인) 보유 이해충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고위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등 긴급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고위공직자가 소유한 가상자산(코인) 재산 신고를 의무화하는 이른바 '김남국 방지법'이 시행 전부터 실효성 논란을 낳고 있다.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소유는 공직자 이해충돌과 도덕성 문제로 비화돼 여론의 공분을 샀다. 여야는 부랴부랴 공직자윤리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으로 방지책을 마련했으나 곳곳에 허점이 너무 많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공직자의 재산등록 대상에 빠져 있던 가상자산을 포함하고, 거래내역도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은 올 12월 초 시행된다. 문제는 대상자들이 올해 1월 1일 이후 이뤄진 가상자산 거래만 신고토록 한 대목이다. 당초 여당은 국회의원에 한해 지난해 말 기준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다음 달까지 신고하는 부칙을 법률에 넣자고 제안했으나 이번 개정안에서 빠졌다. 가상자산 가격이 급등락하고, 입법로비 의혹이 제기되던 기간이 제외된다는 점에서 개정안의 한계가 있다.
국회법 개정안은 의원 본인 등이 소유한 가상자산을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에 등록하도록 했다.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형식적 요건은 갖췄으나 실효성엔 의문이 간다. 가상자산에 대한 고의 누락 혹은 허위 제출 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의 심사를 거쳐 징계를 할 순 있다. 하지만 윤리특위가 지금까지 유명무실한 기구였다는 점에서 신뢰가 떨어진다. 21대 국회의 윤리특위에는 총 39건의 징계안이 접수됐지만, 징계가 결정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기 때문이다.
의원들이 보유한 가상자산 전수조사가 제대로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국회법 개정안은 부칙으로 특례조항을 둬서 21대 국회 의원들에 대한 가상자산 전수조사를 사실상 법제화했다. 그러나 자진신고 형식이란 게 문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30일 가상자산 관련 결의안을 토대로 적극적인 전수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것도 의원 개인정보의 제3자 제공을 위한 동의서를 제출받아야 가능한 일이다.
공직자의 가상자산 보유는 젊은 층의 공분을 불러일으켰다. 제도상의 허점이 드러났지만 제동장치로 만든 법안들은 하나같이 그물망 사이로 물고기들이 쏙 빠져나갈 만큼 엉성하다. 확실한 제도보완으로 여야가 동료 의원을 감싼다는 오해를 불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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