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이 건조한 PC선. HD한국조선해양 제공
[파이낸셜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석유제품 해상 운송 수요가 늘어나면서 PC선(석유화학제품운반선)이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를 이을 효자 선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5월 31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약 열흘 만에 PC선 6척을 수주했다. 5월 30일 캐나다 소재 선사와 1270억원 규모의 PC선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는데, 앞서 아프리카 선사 및 아시아 소재 선사와도 각각 2척의 수주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PC선 발주는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현재까지 전 세계 PC선 발주량은 700만 DWT(재화중량톤수)로 이미 작년 연간 발주량인 530만 DWT를 넘어섰다. 이는 2017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PC선 신규 발주가 늘어난 것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석유 운송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유럽은 러시아 제재를 본격화하면서 러시아산이 아닌 미국산 석유 제품을 수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해상 운송 노선이 길어지면서 PC선을 운항하며 얻을 수 있는 수익성도 커졌다.
아울러 기존에 운항하던 노후 PC선을 교체하기 위한 발주가 증가한 점도 영향을 줬다. 통상적인 선박의 수명은 20년인데 현재 운항되는 PC선 상당수가 2005~2010년에 건조돼 신조선 발주 시기가 임박한 것이다.
국내 조선업계는 PC선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과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어 향후 수주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PC선 분야 1위로 꼽히는 HD현대 계열사 현대미포조선은 올 들어 총 13억4000달러 규모의 PC선 29척을 계약하면서, 벌써 올해 수주 목표액의 56.5%를 채웠다. HD한국조선해양이 계약한 PC선은 모두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미포조선은 중형 석유화학제품운반선(MRPC선) 분야에서 최다 건조실적을 갖고 있다"며 "연비 절감 기술을 바탕으로 운항 효율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선박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PC선 수요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PC선 발주 급증에도 선박의 수요 증가율이 크게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수주잔고를 고려하면 내년까지 PC선 선대 증가율은 2.6%에 불과하지만, 석유제품 해상 물동량은 같은 기간 4.2%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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