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엔진 안전성 문제·연료 불안정성' 등 지적 2차 발사 예고
전문가 "조사 거쳐 수주~ 수개월 내 2차 발사 시도 가능성"
[파이낸셜뉴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지난 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개발을 위한 최종 단계의 중요 시험을 했다고 2022년 12월 19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北 11년만에 우주발사체 또 실패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5월 31일 오전 6시29분쯤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 발사체' 1발을 포착했다.
이 발사체는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했지만 "비정상적 비행으로 어청도 서쪽 200여㎞ 해상에 비정상적 비행으로 추락했다"고 합참은 전했다.
이어 합참은 "군은 오전 8시 5분경 어청도 서방 200여 km 해상에서 '북 주장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식별해 그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수색해 수심 약 70m 지점에서 찾아 인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인근 해역에 대기 중이던 해군 구조함이 신속한 발사체 인양이 가능했던 데 대해 "북한이 우주 발사체 추정 미사일 발사를 미리 공지함에 따라 어느 정도 수준의 경계태세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발사체를 수거해 전반적인 성능과 외국 부품 사용 여부, 기술 수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북한도 이날 '군사정찰위성 발사 중 사고가 났다'며 발사 실패를 인정했다. 다만 "이번 위성 발사에서 나타난 결함을 조사한 뒤 여러 부분 시험을 거쳐 가급적 빠른 기간 내에 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은 "'천리마-1'형에 도입된 신형 발동기 체계의 믿음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사용된 연료의 특성이 불안정한 데 사고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고 해당 과학자, 기술자,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원인 해명에 착수한다"며 "국가우주개발국은 여러 가지 부분시험들을 거쳐 가급적으로 빠른 기간 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발사한 이른바 우주발사체 일부를 해상에서 인양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북 주장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전문가 "앞으로 수주이내 추가 발사 가능"
미사일 전문가들은 북한 발사체의 2단 로켓 엔진이 추력을 얻지 못한 상태로 방향 전환도 하지 못한 채 1단 엔진의 관성에 따라 기존 비행 방향으로 날아갔고, 결국 "1단 추진체와 위성발사체 동체(2·3단 추진체 및 탑재 위성 포함) 모두 예상 낙하지점 인근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2012년 4월 위성 발사 실패 때 그 사실을 인정하고 8개월 뒤인 12월 재발사했다"면서 이번에도 충분히 시간을 갖고 재발사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전문가 일각에선 "이런 사고·실패가 발생하면 모든 근원적 원인을 조사·보완하는 데 6개월 이상 기간이 소요되지만, 북한은 최소의 고장 원인 조사를 통해 큰 문제를 확인·수정한 뒤 바로 발사할 개연성이 크다"며 "앞으로 수주 내에 2차 발사를 시도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5월 31일 손대권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발사 실패를 인정했지만 머지 않아 2차 발사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특히 지난 25일 한국이 누리호 3차 발사에 성공했었다는 점에서 북한은 2차 발사를 통해 이번 실패를 만회하고자 할 것"이라고 짚었다.
손 교수는 "기본적으로 이번 발사는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공언한 북한의 군사현대화 계획에 따른 것으로, 당시로선 무리한 계획으로 보였지만 북한은 이때 벌써 무기 개발 계획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만리경 1호 발사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발사한 이른바 우주발사체 일부를 해상에서 인양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북 주장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손대권 교수 "美 대화테이블 끌어내려는 전략 포함"
이어 손 교수는 다만 "구체적인 발사 시점에는 전략적 계산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당초 일본측에 31일 0시부터 내달 11일 0시 사이 위성 발사를 하겠다고 통보했다. 동시에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리병철은 6월 중에 정찰위성을 발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결과적으로 리병철이 예고한 일정보단 앞당겨 발사, 북한이 제시한 기간 중 첫날에 발사를 감행한 셈이라는 해석이다.
"북한 군부 내 리병철의 위치로 볼 때, 그의 발언을 무시하고 발표 날짜를 결정할 수 있는 인물은 많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발사 날짜는 김정은이 직접 정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손 교수는 해석했다.
그러면서 손 교수는 "북한 입장에서 보면 최근 북핵 문제는 국제사회의 초점에서 멀어져 있어 다시 한번 북미협상의 모멘텀을 만들고자 하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며 "게다가 최근 한미간에는 워싱턴 선언 발표와 G7회의에서 한미일은 대북 정책 공조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해 이러한 움직임에 대한 견제의 의미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풀이했다.
북한은 이러한 기술적·전략적 요소들을 고려해 자신들이 주장하는 이번 '우주발사체'의 실패에 대한 만회를 노리며 절치부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은 지난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고체엔진 ICBM, 초대형 핵탄두, 원자력 잠수함, SLBM, 극초음속 무기, 무인정찰기 등을 개발하겠다고 공식화하면서 동시에 정찰위성도 개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발사한 이른바 우주발사체 일부를 해상에서 인양하고 있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북 주장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 사진=합동참모본부 제공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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