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새벽 6시27분 남쪽으로 발사
실패 인정했지만 추가발사 예고
서울 전역에 44분간 3번의 알림
긴급대피 →오발령→ 해제 혼선
市-행안부간 '불협화음' 드러내
軍, 서해 추락한 발사체 잔해 수거 북한이 5월 31일 오전 6시27분께 남한 쪽을 향해 군사정찰위성(만리경-1호)을 탑재한 우주발사체를 발사했지만 엔진결함 등으로 서해상에 추락했다. 한때 서울 전 지역에 경계경보가 발령돼 시민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등 긴장감이 이어졌다. 군 당국은 이날 서해상에서 인양한 발사체 잔해물 추정 물체들을 수거해 정밀분석 중이다. 위 사진들은 우리 군이 이날 오전 8시5분쯤 서해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에서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를 식별해 인양 중인 모습. 합동참모본부 제공
북한이 호기롭게 정찰위성 발사를 사전 예고한 첫날 5월 31일 오전 6시27분께 남한 쪽을 향해 군사정찰위성(만리경-1호)을 탑재한 우주발사체(위성운반로켓)를 발사했다. 하지만 엔진 고장 등으로 추진력을 상실해 서해상에 추락했다.
앞서 북한은 발사 예고기간을 5월 31일 0시에서 6월 11일 0시로 설정한 뒤 이날 전격 발사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평북 동창리 발사장에서 발사체를 쏜 지 2시간30여분 만에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지난 2012년 4월 '광명성 3호' 위성을 탑재한 장거리로켓을 발사했다가 실패한 지 11년 만에 또다시 무위로 돌아갔다.
합동참모본부도 "이 발사체는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했지만 비정상적 비행으로 전북 군산 인근 어청도 서쪽 200여㎞ 해상에 추락했다"고 확인했다. 하지만 북한은 발사 실패 원인규명과 보완작업을 거쳐 가급적 빠른 기간 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임을 예고해 한반도 안보정세를 둘러싼 위기감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관련 현황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한편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 시도를 장거리탄도미사일로 규정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북한의 2차 추가 발사에 대비, 한·미·일 간 북핵 공조시스템 구축과 정보 공유 등을 더욱 강화해나갈 방침이다. 우리 정부는 일단 인근 해역에서 수거한 발사체 관련 잔해들을 정밀분석해 전반적인 성능과 외국부품 사용 여부, 기술 수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국제사회의 비난도 거셌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5월 30일(현지시간) "북한의 군사위성 발사를 강력 규탄한다"고 밝힌 데 이어 미국과 일본 정부도 즉각적 도발중단과 대화복귀를 촉구하면서 엄중 항의했다. 이와 관련, 한·미·일 3국 북핵수석대표는 이날 전화협의를 갖고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북한의 발사체 도발로 이날 오전 한때 서울 전역에 경계경보가 발령돼 일반 시민들은 극도의 혼란스러운 공포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학생들은 예고 없이 울린 사이렌 경보음에 등교 여부를 확인하는가 하면 시민들도 출근 여부를 회사에 문의하는 등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했다.
서울시가 경계경보 위급재난문자를 발령하고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이를 오발령으로 정정하는 등 정부 차원의 재난안전시스템 작동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오발령 논란에 대해 "혼선을 빚어 송구하다"고 사과하면서도 "오발령은 아니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인천공항에서 출국절차를 밟다 경보발령 소식을 접한 일부 시민은 현지 가족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안부를 묻거나 걱정 끝에 대피소를 찾기도 했다.
네이버 등 일부 포털은 물론 대피장소 검색이 가능한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안전디딤돌' 애플리케이션은 장시간 '먹통'이 되는 등 전반적 재난안전시스템이 비정상적으로 운영돼 과거 민방위훈련처럼 긴급상황에 대비한 대국민 차원의 훈련체계가 재정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도발이 최근 북핵 공조를 더욱 강화시킨 한·미·일 간 협업체계를 와해시키고 북한 자체의 미사일 발사능력을 과시하는 한편 북·미 대화를 촉구하려는 다양한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손대권 서강대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이번 발사는 북한의 군사현대화 계획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얼마 전 한국이 누리호 발사에 성공했다는 점을 의식해 북한이 2차 발사를 통해 이번 실패를 만회하고자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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