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언급한 "전세제도가 이제는 수명을 다했다"는 발언이 논란이 됐다. 전세사기, 깡통전세 등의 예방을 위해 전세제도 개편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전세제도 폐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으며 부동산 시장에 작지 않은 파장이 일었다. 오랜 시간 주택시장의 한 축을 담당한 제도인 만큼 부정적인 견해가 주를 이뤘다. 특히 국토부와 손발을 맞추고 있는 산하 공기업 수장이 반대 의사를 밝히며 정책혼선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졌다.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은 원 장관의 발언 이후 며칠 뒤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전세는 한국에서 주거사다리의 중요한 지름길이었다"며 "전세 자체를 인위적으로 없애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사장의 발언 자체만 놓고 보면 국토부 수장과 산하 공기업 수장이 제도 안을 놓고 정면 대립하는 모양새다. 당시 간담회 현장에 참석했던 터라 이 사장의 발언에 적지 않게 놀랐다. 이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 캠프에서 부동산 공약 설계에 참여하는 등 정부 정책에 상당 부문 영향력을 과시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이 사장이 "국민 선호에 따라서 월세로 많이 전환되니 그 부분에 대해 더 신경쓰겠다는 말씀으로 이해한다"며 원 장관을 옹호해 대립 양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원 장관은 이후 "전세제도를 강제로 폐지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논란은 현재 일단락된 상태다.
앞으로 주목되는 것은 정부의 전세제도 개편 방향이다. 원 장관이 전세제도 개편을 시사한 만큼 제도 개편은 불가피하다. 국토부 역시 지난해 9월부터 주택임대차법 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전세제도 개편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임대차 3법은 전월세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신고제를 말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임차인 보호를 취지로 마련됐지만, 전셋값 폭등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전세제도는 내 집 마련을 위한 전 단계로 오랜 시간 주거사다리 역할을 해왔다.
전세, 반전세 등 개인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유형도 다양하다. 서민생활과 가장 밀접한 제도인 만큼 성급한 제도개편은 부작용이 클 수 있다. 개편 과정에서 국민 공론화는 물론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건설부동산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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