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 신고' 보복 살인 피의자 검찰 송치 (서울=연합뉴스) 홍해인 기자 = 데이트폭력 신고에 불만을 품고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씨가 1일 오전 서울 금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3.6.1 hihong@yna.co.kr (끝)
[파이낸셜뉴스] 헤어진 여자친구가 자신을 데이트 폭력으로 신고하자 이에 격분해 흉기로 살해한 3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졌다. 보복살인과 사체은닉 등 6개 혐의가 적용됐다.
서울 금천경찰서는 데이트폭력 신고에 앙심을 품고 연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한 김모씨(33)를 1일 서울남부지검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 오전 7시 17분께 경찰서를 나서면서 취재진이 범행 이유 등을 묻자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또 "범행을 반성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경찰은 김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과 사체은닉·상해·폭행·감금·재물손괴 등 6개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약 1년간 피해자와 연인 사이로 지내며 서울 금천구 소재 피해자 집에서 주로 생활했다. 하지만 지난달 21일 피해자가 김씨에게 이별을 통보했고 이후 4일 정도 김씨는 피해자 집 근처 PC방 등을 전전하며 피해자 곁을 떠나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달 26일 새벽 김씨는 피해자를 찾아와 재회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경찰에 '김씨가 찾아와 TV를 부수고, 팔을 잡아당겼다'며 신고했다. 신고가 접수는 같은 날 오전 5시 37분께이었다. 출동한 경찰은 김씨를 임의동행했으나 오전 6시 11분께 귀가 조치했다.
김씨는 조사를 마치고 가면서 경찰에게 자신의 주민등록상 주거지인 파주로 향한다고 했다. 이에 경찰은 김씨에게 택시를 잡아주겠다고 했지만 김씨는 거절했다고 한다. 이후 경찰은 김씨와 통화했는데, 당시 김씨는 파주로 향하는 택시 안이라고 이야기했다.
실제 김씨가 향한 곳은 전 연인인 피해자 A씨와 자주 방문했던 PC방이었다. 그곳 주차장에서 A씨의 차량이 주차된 것을 확인한 김씨는 그가 조사를 마치는 대로 이곳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김씨는 A씨의 집에서 흉기를 가지고 나와 주차장에서 기다렸다. 이후 경찰 조사를 마친고 자신의 차량으로 걸어오던 A씨를 김씨는 7시 17분께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A씨가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 불과 10분이 지난 시간이었다.
목격자는 있었다. 범행 직후 김씨는 현장을 지나던 시민 2명으로부터 '무슨 일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김씨는 '여자친구가 임산부다' '여자친구가 다쳐서 병원에 데려가는 거다' 등으로 둘러댄 뒤 아직 숨이 붙어있던 A씨를 차량에 싣고 차를 몰아 주차장을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당시 무서운 생각이 들어 A씨의 치료를 위해 인근 병원으로 이동하려고 했다고 진술했다. 그런데 해당 병원에서 불만족스러웠던 경험 때문에 다른 병원으로 차를 돌렸다고도 했다. 다른 병원에 다다랐지만, A씨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판단해 자신의 주거지인 파주로 차를 돌렸다고 한다.
김씨는 파주를 배회하다 살해 이후 8시간여 만인 지난달 26일 오후 3시 25분께 경기 파주시에서 한 야산의 공터에서 신고받고 현장으로 온 경찰에게 체포됐다. A씨는 차량 뒷좌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법원은 지난달 28일 김씨에 대해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편 데이트 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이후 살인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의 대응에 대한 논란이 나오기도 했다.
경찰은 A씨의 폭행 신고로 김씨를 23분간 조사하고도 피해자에 대해 적절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관련해 경찰이 '폭행이 경미했고, 김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근거로 단순 연인 간 다툼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또 연인 간 범죄행위에선 현행법상 적절한 피해자 보호 장치가 없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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