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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 유치 전쟁에서 승리한 미 온라인 은행...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도 이겼다

캐피털원, 앨리 등 예금액 크게 늘리며 영업전쟁에 승리
고금리로 지역은행은 물론, 대형은행 예금도 유치


예금 유치 전쟁에서 승리한 미 온라인 은행...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도 이겼다
올해 3월초 붕괴되면서 미국 중소형 지역은행들의 위기를 촉발시킨 실리콘밸리은행(SVB)


【실리콘밸리(미국)=홍창기 특파원】

올해 상반기 미국 온라인 은행들이 예금액을 크게 늘려 주목된다.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를 시작으로 샌프란시스코 기반 퍼스트리퍼블릭뱅크의 JP모건 인수 등 미국 중소형 지역은행의 기반이 크게 흔들리고 미국 대형 은행 조차 예금액이 크게 감소한 가운데서다. 지점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영업하는 미국 은행들의 고객 예금액이 앞으로도 감소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점 운영 비용이 늘어나면서 고객을 잡기 위한 고금리 예금 상품을 마련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고 있어서다.

대형은행 예금도 빼앗았다...온라인 은행 영업 강세

3일(현지시간) 올해 1·4분기 US뱅크를 비롯해, 트루이스트 파이낸셜, 시티즌 파이낸셜 등 중소형 지역 은행 예금액이 지난해 4·4분기에 비해 감소했다. 웨스턴 얼라이언스나 팩웨스트처럼 투자자들의 우려가 컸던 소규모 지역 은행의 예금액은 더 큰 폭으로 줄었다.

미국 중소형 지역은행의 예금액이 감소한 것은 SVB 파산과 퍼스트리퍼블릭뱅크 위기로 고객들이 대형 은행에만 돈을 맡기려는 경향이 강해져서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인상하면서 고객들이 더 높은 수익을 찾아 미국 국채와 머니마켓 펀드(MMF)로 자금을 옮기는 것도 미국 중소형 지역은행의 예금액 감소를 부채질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파고 등 대형은행들도 이같은 예금액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이 대형 은행들은 미국 중소형 지역은행에서 떠난 예금을 유치했음에도 예금액이 줄어들었다. 대형 은행 가운데 예금액이 증가한 은행은 JP모건 체이스가 유일했다.

하지만 온라인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캐피털 원은 전 분기 대비 예금이 5%, 앨리 파이낸셜은 1% 증가했다. 골드만삭스의 경우에도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지만 자사 온라인 은행인 마커스의 예금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점 중심으로 영업하는 은행들 '난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같은 현상에 대해 온라인 중심 은행은 지점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아껴 전통적인 은행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1·4분기 평균 앨리의 예금 금리는 3.2%, 캐피탈 원은 2.4%였다. 두 금융 기간 보다 전년동기 대비 평균 예금금리가 2% 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반대로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웰스파고의 1·4분기 평균 예금 금리는 1% 안팎이었다.

올해 상반기 미국 금융기관 가운데 가장 많은 예금액을 유치한 캐피탈 원의 CEO(최고경영자) 리처드 페어뱅크는 "은행업의 모든 미래는 디지털"이라며 온라인에 기반을 두고 있는 자사의 강점을 강조했다.

지점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오프라인 은행들이 예금 유치 경쟁에서 온라인 은행들에 앞으로 계속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재블린 스트래지&리서치의 전략공동책임자 브라이언 라일리는 "은행이 플로리다주 탬파 같은 도시에서 소규모 지점을 운영하는 데 연간 최대 50만 달러, 뉴욕과 같은 대도시에서 중형 지점을 운영하는 데 130만 달러의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막대한 지점 운영 비용을 감당하면서 수신 금리도 동시에 높이는 것은 상당히 여러운 일이다"고 그는 덧붙였다.

때문에 미국 은행들은 지점을 폐쇄하며 수신 금리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미국 은행들의 미국 내 오프라인 지점은 지난 2018년까지만 해도 8만개에 육박했지만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간 6100개의 지점이 폐쇄되면서 7만1200개로 줄어들었다.

웰스파고의 애널리스트인 도널드 판데티는 "전통적인 지점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은행들의 경우 지점 유지에도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온라인 은행의 고금리 예금 영업으로 영업에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예금 유치 전쟁에서 승리한 미 온라인 은행...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도 이겼다
뉴욕 맨하튼에 우치한 한 대형은행 지점. 뉴욕에서 지점을 운영하려면 최소 130만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AFP연합뉴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