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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 절반이 청년인데 목돈 마련해주긴 싫다고?” 청년도약계좌 외면한 인터넷은행

만 19~34세 청년이 5000만원 모으는 ‘청년도약계좌’
20·30 고객 비중 절반 넘는 인터넷은행 3사는 불참
금융당국 협조에도 “대면 채널 부재, 비대면 소득 확인 어려워”
정작 ‘비대면 주담대’는 확장...청년 세대 외면 비판

“고객 절반이 청년인데 목돈 마련해주긴 싫다고?” 청년도약계좌 외면한 인터넷은행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청년들에게 ‘5000만원’ 규모의 목돈을 마련해주고자 이달부터 실시되는 ‘청년도약계좌’에 인터넷은행들이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주 고객인 청년층을 외면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터넷은행 참여를 위해 금융당국이 사전 협조에 적극 나섰지만 인터넷은행이 끝내 청년도약계좌를 취급하지 않으면서 주택담보대출 등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만 공격적인 영업 확장에 나선다는 지적이다.

■청년도약계좌 불참한 인터넷은행, 20·30 고객 비중 '50.6%'

은행권 ‘20·30세대‘ 고객 비중 비교
(2023년 1·4분기 말 기준)
인터넷은행 청년도약계좌 참여 은행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케이뱅크 농협, 신한, 우리, SC, 하나, 기업, 국민, 부산, 광주, 전북, 경남, 대구은행
47% 50% 55% 약 30%
(각 사)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청년도약계좌를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청년도약계좌에 참여하는 은행은 지난 3월에 이루어진 공개모집에 참여한 농협, 신한, 우리, SC, 하나, 기업, 국민, 부산, 광주, 전북, 경남, 대구 등 12개 은행으로 오는 6월 중에 운영을 시작한다.

청년도약계좌는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 과제로 청년의 중장기 자산형성을 위해 만들어진 정책금융상품이다. 개인소득 7500만원 이하이면서 가구소득이 중위 소득 180% 이하인 만 19~34세 청년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매월 최대 70만원을 5년간 납입할 수 있다. 소득 수준, 납입 급액에 따라 정부 기여금을 받을 수 있고 이자소득도 전액 비과세된다. 구체적인 금리 수준은 오는 8일 예비 공시 이후 12일에 최종 확정된다.

문제는 전체 고객 중 20·30세대 비중이 절반을 넘는 인터넷은행이 불참하면서 청년들의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인터넷전문은행의 20·30세대 비중은 카카오뱅크는 47%, 토스뱅크는 50%, 케이뱅크는 55%로 평균 50.6%에 달한다. 청년도약계좌를 취급하기로 한 12개 시중은행의 평균치(약 30%)보다 20%p가량 높다.

인터넷은행은 청년도약계좌의 진행 과정 중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 확인 작업, 특별중도해지 요건 확인 업무 등 소득증빙 및 해지 작업이 비대면으로 처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마이데이터를 활용해 끌어올 수 있는 서류가 한정적이라 하나씩 수기로 검토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청년도약계좌 자체가 대면 영업에 편리하게 설계돼 비대면으로 처리하기에는 가입 서류 확인이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설명했다.

■사전에 지원 의사 밝힌 금융당국 "인터넷은행, 건의 자체가 불명확...지원조차 안 해"
“고객 절반이 청년인데 목돈 마련해주긴 싫다고?” 청년도약계좌 외면한 인터넷은행
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5년간 70만원씩 납입하면 최대 5000만원을 모을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가 오는 6월 말 출시된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사진=뉴시스
그러나 금융당국이 청년도약계좌 출시를 앞두고 인터넷은행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지원의사를 수차례 밝혔음에도 인터넷은행은 지원 자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청년도약계좌를 담당한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는 “오프라인 영업점이 없어 경쟁 유치가 애매할 수 있는 등 비대면 채널의 한계를 인지하고 사전에 지원 의사를 밝혔다”면서 “인터넷은행의 영업을 돕기 위해 제반사항, 행정절차, 정보 연계 부분 등을 협조하겠다고 여러 차례 말했음에도 인터넷은행의 건의 사항 자체가 불명확했고 지원기간에는 아예 접수 자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구나 현재 인터넷은행은 주택담보대출 등 청년도약계좌보다 더 복잡한 금융상품도 비대면으로 처리 중이다. 카카오뱅크는 소유권이전등기 처리를 제외하고 주택담보대출을 모두 비대면으로 가능토록 했고 케이뱅크과 토스뱅크도 각각 아담대, 개인사업자 관련 비대면 담보대출 출시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 불참 사유가 비대면 소득 심사의 어려움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비대면으로 처리하기 더 어려운 주담대 상품을 늘리고 있다”며 “청년희망적금 때와 마찬가지로 실익이 크지 않은 상품에는 대면창구가 없다는 구실로 넘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향후 인터넷은행이 청년도약계좌를 취급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금융당국은 2025년 이후 청년도약계좌 가입자를 취급할 은행을 내년에 다시 선정할 예정이다. 중장기 적금 상품인 만큼 일정 규모 이상의 전산 인프라 등의 요건을 갖추는 것이 핵심인데 인터넷은행 3사는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밝힐 뿐 청년도약계좌 구축을 위한 비대면 서류 확인 작업 고도화 등에 나서지 않고 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고객들의 편리한 금융거래를 최우선 가치를 두고 영업 확장에 나서고 있는 인터넷은행이 정작 돈이 되지 않는 사업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며 “20·30 세대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전산 시스템 해결에 매진하지 않고 지속해서 청년도약계좌에서 빠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