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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채 124조 연내 만기…대출금리 다시 꿈틀

만기 연장땐 발행규모만 155조
수요 노린 채권금리 인상 가능성
주담대 등 금리까지 끌어올릴듯
예금으론 자금 유인할 필요 없어
예대금리차는 더욱 벌어질수도

은행채 124조 연내 만기…대출금리 다시 꿈틀
하반기 124조원의 대규모 은행채가 만기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높아진 은행채 금리가 대출금리는 끌어올리는 한편 예금금리는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예대금리차가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미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지난달 말 5%대 초반까지도 내렸다가 1주일여 만에 다시 7%를 목전에 두고 있다. 예금금리는 국내외 금리인상세가 잦아들면서 꾸준히 내리는 추세다.

■하반기 최대 '155조원' 발행 가능

4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 동안 총 24조7600억원 규모의 은행채가 발행됐다. 월별 순발행액이 △1월 -4조7100억원 △2월 -4조5100억원 △3월 -7조4100억원 △4월 -4조7400억원 등 꾸준히 줄다가 지난 5월 9595억원으로 올 들어 처음으로 플러스 전환했다.

이 같은 은행채 발행수요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당국이 은행채 발행을 일시적으로 억제했던 영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은행채 발행한도 규제도 완화돼 올해 하반기에는 은행채 발행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지난 3월까지 '만기 물량 100%'로 묶여 있던 은행채 발행한도가 지난 4월부터 다시 125%로 풀렸다. 오는 12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채 규모는 총 123조1423억원으로 124조원에 달한다. 발행한도를 꽉 채우면 하반기 약 155조원 규모의 은행채가 발행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지난달 대부분 시중은행은 125%의 한도를 모두 채우면서 채권 발행을 늘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만기가 도래하면 연장할 수도 있고 상환할 수도 있다"며 "다만 상환하려면 그만큼 자금 여유가 있어야 해서 만기 연장을 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대출금리 상승·예금금리 하향 가능성

문제는 이 경우 채권금리 상승으로 예대금리차가 벌어지고, 소비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은행채는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대표적 수단으로 은행이 취급하는 예금 및 대출상품 금리 역시 이 금리와 연계돼 움직인다.

지난 2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91∼6.99%로 집계됐다. 지난달 24일 연 3.71~5.10%였는데 약 1주일 만에 상·하단이 각각 1.89%p, 0.20%p 올랐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가 높아야 많이 사가기 때문에 채권발행시장 내에서 경쟁이 치열하다"며 "그러니 금융채 금리가 올라가고 조달금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고정형 주담대의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AAA 등급) 금리는 지난 2일 4.038%로 한달 전(3.961%)에 비해 0.077%p 올랐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지난달 25일 기준금리를 0.25%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밟는 등 긴축완화 의지를 보이며 소폭 하락했지만 이후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반면 예금 금리는 하향 추세를 탈 전망이다. 예금 상품 가운데서도 일부 채권 금리에 연동돼 금리가 움직이는 상품이 있는 데다가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면 그만큼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할 필요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에는 금융채 발행과 예금이 있는데 금융채로 (조달이) 쏠리면 굳이 예금을 유지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말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