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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어떤 이유에서도 노사정 대화 중단은 안 된다

한국노총, 유혈 체포에 반발
경사노위 탈퇴 방안 논의 중

[fn사설] 어떤 이유에서도 노사정 대화 중단은 안 된다
김동명 위원장을 비롯한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제철소 앞 도로에 설치한 높이 7m 철제 구조물(망루)에서 고공 농성을 벌인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에 대한 경찰 진압 방식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노총이 정부의 강경한 시위진압에 반발해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를 탈퇴하는 방안을 논의한다고 한다. 민노총은 1999년 경사노위 전신인 노사정위를 탈퇴한 뒤 20여년째 사회적 대화에 불참하고 있다. 한국노총마저 탈퇴하면 정부와 노동계 사이 공식적 대화창구가 완전히 닫히게 된다. 경사노위의 의미마저 없어진다.

한국노총의 격앙된 분위기는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망루 농성을 벌이던 김준영 한국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금속노련) 사무처장의 체포·구속과 관련돼 있다. 김 사무처장은 체포를 시도하던 경찰에게 흉기와 쇠파이프를 휘두르고 차량 흐름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김 사무처장은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봉에 맞아 머리를 다쳐 치료를 받고 있다. 한국노총은 "윤석열 정부의 노조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격분했다.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이유는 김 처장이 진압경찰에게 흉기를 휘둘렀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삼가야 하며 영장을 발부할 만한 사안이었다.

다만 경찰도 김 처장을 다치지 않게 하면서 체포할 방법을 생각했어야 했다. 체포 과정에서 경찰이 다치기도 했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도 할 수 있겠지만 유혈체포는 결과적으로 이미 깊어진 노사갈등이 폭발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폭력을 동반한 불법집회와 시위를 진압하는 것은 경찰의 당연한 책무이지만 과잉진압 논란을 부를 수 있는 경찰권 행사는 가능한 한 피하는 게 좋다.

그럼에도 한국노총이 노사정위에서 탈퇴하는 사태만큼은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 김 처장이 구속된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기 바란다. 그동안 정부의 느슨한 시위 대응으로 다소 폭력적인 부분도 묵인했을 수 있지만 정부의 태도는 이제 그렇지 않다. 한국노총은 민노총보다는 합리적이고 온건한 노조단체다. 냉철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노사정 대화창구가 닫히는 것은 정부에나 노조에나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최저임금 결정 등 노사정이 합의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한국노총의 일방적인 탈퇴는 노조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정부의 독단적인 행보를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싫더라도 정부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조합원들의 이익에 부합한다. 더욱이 김 사무처장은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 9명 가운데 1명이다. 구속되어 참석이 불가능하다면 후임자를 내보내야 한다.

노동개혁을 추진 중인 정부로서도 대화의 문을 닫고 노조와 전면전을 벌이는 것은 원치 않는 일이다.
개혁 자체가 일방적이거나 파행적이 될 여지도 커진다. 과잉진압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정부가 김 처장 사건에 대한 최소한의 유감 표명을 하는 게 한국노총을 대화 파트너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고 본다. 대화창구를 닫아서는 안 되고 닫지 않기 위해 정부나 한국노총이나 서로 양보하며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