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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 책임 왜 우리가"… 한전 전직원 임금 인상분 반납 갈등

"경영 어려움은 직원 책임 아닌
정부 잘못된 전기요금 정책 탓"
노조, 임금교섭에서 불만 토로
무급휴가·성과급도 협상 쟁점

"적자 책임 왜 우리가"… 한전 전직원 임금 인상분 반납 갈등
한전 노동조합과 사측은 지난달 22일 올해 임금교섭과 자구노력 집행 협의를 위한 실무위원회를 꾸렸지만 회사 측 안건으로 상정된 '조합원 임금인상분 반납'에 대해 노조가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의 한국전력 영업지점 뉴스1
지난 5월 한국전력이 발표한 고강도 자구안에 포함했던 전직원 임금 인상분 반납 논의가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최근 열린 한전 노사협의회 겸 1차 임금교섭에서 회사 측 안건으로 상정된 '조합원 임금인상분 반납'에 대해 노조가 반대의사를 밝힌 것. 더욱이 한전의 경영상 어려움이 직원들의 책임이 아니라 정부의 잘못된 전기요금 체계라는 점에서 직원들은 불만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 유급휴가 무급으로… 문제는 명분

6일 한전에 따르면 노동조합과 사측은 지난달 22일 올해 임금교섭과 자구노력 집행 협의를 위한 실무위원회를 꾸렸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달 12일 자구노력 발표 후 열흘 만에 노사협의회를 열어 임금 인상분 반납 등을 안건으로 상정했다"며 "현재 실무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노사협의회에서는 △조합원의 인금 인상분 및 성과급 반납 △사내 대출 제도의 조정 △창립기념일의 무급휴일화 등이 다뤄졌다. 사내 대출 제도 조정의 경우 현행 연 2.5~3% 금리와 1억원인 한도를 기획재정부 지침(시중금리 적용, 최대 7000만 원)과 맞추는 것이 논의됐고, 한전 노사는 비상대책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 문제를 협의하기로 했다. 노사는 원래 유급 휴일이던 창립기념 휴무를 무급으로 바꾸는 방안도 실무위에서 다루기로 했다. 다만 당장 무급으로 바꾸기보다는 직원 사기 진작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가장 큰 걸림돌인 임금 인상분 및 성과급 반납과 관련해 노조 측은 명분 없는 임금 인상분 반납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성과급 반납을 반대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성과급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 성과급이 아니라 사실상 임금

공공기관의 성과급은 급여의 일부를 성과급의 재원으로 미리 분류하고 정부의 경영평가(이하 경평) 결과에 따라 통보된 지급률에 따라 지불한다. 경평을 통해 C등급 이상 평가를 받은 공공기관 직원들은 성과급을 받지만, D등급 이하를 받은 공공기관 직원은 미리 분류됐던 성과급을 받지 못한다. 임금을 미리 떼어놓고 평가 등급에 따른 공공기관간의 경쟁으로 차등 지급하는 제로섬 게임과 같은 구조라는 지적이다.

애초에 통상임금에 포함된 성과급을 정치적 셈법에 따라 반납하라는 것은 적절한 해법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대법원은 지난 2018년 "경영평가성과급이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지급대상, 지급조건 등이 확정돼 있어 사용자에게 지급의무가 있다면, 이는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의 성질을 가지므로 평균임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임금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올해 임금 인상분의 반납 역시 마찬가지다. 한전의 대규모 적자 발생 원인이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 등이 아닌 전기의 생산원료인 천연가스(LNG) 등 가격 급등,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팔고 있는 전기요금 정책에서 기인했다는 점도 한전 노조가 반대하는 이유로 풀이된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한전의 적자는 전기요금의 구조적 문제에서 발생한 것인데 이를 노조에까지 책임을 묻는 모양새"라며 "임금과 직결된 문제라 노조와의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