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NPL·연체율 동반 상승세
당국·업계 위험수준 아니라 하지만
보수적 건전성 관리체제 들어가
수면 밑 매·상각 채권 규모도 변수
"은행별 차이 커 부실 가능성 우려"
올 하반기 건전성 관리가 은행권 주요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연체율, 부실채권(NPL) 비율 등 주요 지표가 조금씩 악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융업계와 당국은 "아직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입 모아 강조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 같은 '명목 지표'가 아닌 '실질 지표'를 참고해 보수적인 관리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NPL·연체율 '야금야금' 올라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권 NPL 비율과 연체율이 점진적인 동반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지난 4월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평균 0.304%로 전월(0.272%)에 비해 0.032%p 올랐다. 주체별로는 기업대출 연체율(0.328%)이 가계대출(0.270%)보다 크게 상승했다. 각각 전월 대비 0.034%p, 0.032%p 높아졌다.
NPL 비율도 마찬가지다. NPL이란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 중 △채무상환능력 저하 요인이 있거나(고정) △채권회수에 심각한 위험이 발생하거나(회수 의문)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해 손실처리(추정 손실)하는 채권을 의미한다. 즉 은행의 대출채권 건전성 판단 기준 5단계 중 하위 3단계에 해당하는 채권으로 이 규모가 클수록 은행은 손실을 크게 보게 된다.
금융감독원은 국내 은행의 지난 1·4분기 NPL 비율을 0.41%로 잠정 집계했다. 지난해 4·4분기부터 2분기 연속 상승하고 있지만 전 분기 대비 0.01%p 오르며 절대적인 상승 폭은 높지 않은 모습이다. 5대 시중은행은 지난 1·4분기 NPL 잔액을 총 3조8240억원으로 집계했다.
이런 추이에 대해 금감원은 지난달 25일 '가계대출 동향 및 건전성 점검 회의'를 통해 당분간 연체율 상승세가 이어지겠지만 위험 수준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사전 정리 부실채권 규모 1.5배 '쑥'
더 큰 문제는 수면 아래 있는 매·상각 대출채권 규모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온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은행 내부적으로는 실질 지표를 참고하고 있다"며 "이미 이 수치는 은행별로 큰 차이가 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NPL 비율을 집계하기 전에 주기적으로 매각 및 상각을 통해 부실채권을 정리한다. 가령 분기 중 100억원 규모 부실채권을 매각 또는 상각하면 이 규모는 기말 NPL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에 발표된 부실채권 규모에 매·상각된 규모를 더해야 은행의 실제적인 건전성 관리 능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매각은 은행이 보유하던 부실채권을 유동화회사 등에 팔아 채권자의 권리를 양도한 형태를, 상각은 채무자의 상환능력이 없거나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손실처리한 형태를 의미한다.
실제 각사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5대 시중은행의 매·상각 채권 규모는 7096억원으로 추산됐다. 전년 동기(4544억원)에 비해 1.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연간 2조4027억원 규모의 채권이 매·상각됐는데 벌써 이의 3분의 1 수준에 해당하는 규모가 지난 1·4분기 중에 정리됐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이 2510억원으로 가장 컸고 이후 △NH농협은행 1372억원 △KB국민은행 1343억원 △신한은행 1070억원 △우리은행 800억원 순이었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정리했지만 매·상각 규모가 크다는 것은 앞으로도 부실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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