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2차 자진출석해 검찰 출입을 거부당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7일 서울중앙지검에 두 번째 자진 출두했으나 검찰 거부로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9시23분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수사팀에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부 당한 후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이 실시간으로 피의사실을 공표하면서 언론플레이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돈봉투 수수 의심을 받는 의원들의 국회 출입기록을 확보한데 대해서도 "검찰이 정치적 쇼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청사를 나온 송 전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준비한 입장문을 꺼내들고 "이정근 녹취록을 갖고 민주당 전체를 벌집 쑤셔놓은 듯 요란하게 수사를 하고, 국회의원 2명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이 김건희 여사는 소환은 커녕 서면 질문도 못 하고 있다"며 수사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공교롭게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담당하는 부서가 저와 관련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반부패수사2부"라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수사를 사실상 중단하고 모두 소위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논란 사건에 올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과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 강도는 1차 출두 때보다 한층 거세졌다. 그는 "요즘 검찰은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 힘 지지도가 떨어질 때마다 언론에 야당 전현직 대표와 의원들의 피의사실을 흘리고 압수수색, 구속영장 청구 등 정치쇼를 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하의 검찰은 아예 노골적으로 야당만 공격하는 고려말 무신정권의 머슴 노비, 사병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송 전 대표는 1차 조사 때와 마찬가지로 돈봉투 살포에 대해 알지 못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일방적인 한 사람의 진술에 기초해 사실을 판단할 수는 없다"며 구체적인 혐의와 관련해선 "법정에서 다퉈질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수수자로 의심되는 현역의원들의 국회 출입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국회사무처를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는 "코미디 같은 일"이라며 "국회의원이 의원실 본회의장, 상임위원장실을 수시로 왔다 갔다 하는데 그 기록이 무슨 증거능력이 있겠느냐, 검찰이 아무런 증거 못 찾으니까 정치적 쇼행위를 하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법원 삼거리 인근에서 '검찰은 송영길을 소환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다.
검찰은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3~4월 경선캠프 관계자들이 송 전 대표 당선을 위해 당내에 9400만원을 살포했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송 전 대표는 이 과정을 보고받고 승인하는 등 범행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앞서 영장을 청구한 윤관석·이성만 무소속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결과가 나온 이후 돈봉투 수수 의혹을 받는 다른 의원에 대해서도 소환할 예정이다. 이들에 대한 수사 결과를 주춧돌 삼아 송 전 대표를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