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저금리 ‘대환대출 인프라’ 일주일
‘DSR 규제’ 미충족자는 이용할 수 없어
금리 낮춰준다는 취지에 배치된다는 지적
금융위 “어려움 인식했으나 논의는 아직”
[제작 최자윤] 일러스트
[파이낸셜뉴스] 고금리 신용대출을 저금리로 손쉽게 갈아타게 하는 대환대출 인프라가 출시 일주일째를 맞은 가운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초과로 대환 대출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이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차주 10명 중 3명이 DSR 40%가 넘는 상황에서 대환대출 서비스 이용 기회가 공평하게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총량 관리를 위해 DSR 규제 미충족자 등은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입장이다.
■DSR 초과 차주 "대환대출 서비스, 이용 기회조차 없어"
대환대출 인프라 이용현황 |
(*09:00~13:00 기준) |
구분 |
대출건수(건) |
대출자산(억원) |
5월 31일 |
1819 |
474 |
6월 1일 |
2068 |
581 |
6월 2일 |
1792 |
486 |
*6월 5일 |
1108 |
265 |
합산 |
6787 |
1806 |
|
(금융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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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 수준별 차주 비중 |
(% / 2022년 4·4분기 말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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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차주 |
*취약 차주 |
구분 |
차주수 |
대출잔액 |
차주수 |
대출잔액 |
DSR 40% 초과 |
31.8 |
65.5 |
61.2 |
86.3 |
DSR 40% 이하 |
68.1 |
34.4 |
38.7 |
13.6 |
평균 DSR |
40.6 |
66.6 |
|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 차입)이면서 소득 하위 30% 또는 신용점수 664점 이하 / 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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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 출시한 대환대출 인프라를 통해 총 25시간 동안 6787건의 대출이동을 통해 1806억원의 대출 자산이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시 이틀 째인 지난 6월 1일의 대출건수와 이동 대출자산이 각각 2068건, 58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 5일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265억원이 이동하며 일일 이용현황 중 가장 저조한 수치를 보였으나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대환대출 인프라 마감시간인 오후 4시까지 확인한 결과 전일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대환대출 서비스 이용자들은 ‘DSR 규제한도’를 대출 갈아타기의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는다. 'DSR'은 소득 기준 대출규제로, 차주의 연소득에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금융위는 지난해 7월부터 총대출액이 1억원을 넘어설 경우 은행권은 40%, 2금융권은 50% 규제를 적용했다. 이에 연봉 5000만원의 직장인은 은행에서 연소득의 40%인 2000만원까지, 저축은행에서는 25%인 2500만원까지만 원리금 상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대환대출 인프라에도 DSR 규제를 예외 없이 적용하면서 DSR 규제한도를 넘긴 채무자는 대환대출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한다는 것이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 중인 김모씨(52)는 “현행 DSR 규제비율이 과거보다 강화되면서 대환대출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주거래은행 앱에 접속했음에도 상품 조회 자체가 안됐다”며 “대출 갈아타기를 한다고 해서 대출 총액이 늘어나는 것도 아닌데 고금리 시기에 이자를 낮추기 위해 마련된 정책에 기존 DSR 규제가 적용되면 이자 절감 혜택을 어떻게 누릴 수 있냐”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4·4분기 기준 가계대출 전체 차주 10명 중 3명은 DSR 40%가 넘는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전체 차주의 평균 DSR도 40.6%로 집계돼 지난 2018년 4·4분기(40.4%) 이후 4년 만에 평균 DSR이 40%를 넘었다. 더구나 저금리 대환대출 수요가 가장 높은 취약차주의 대부분이 DSR 40% 이상에 해당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4·4분기 기준 취약차주 10명 중 6명은 DSR 40%를 초과했다. 대출 잔액의 경우도 DSR 40%를 초과하는 대출액이 전체 취약차주 대출액의 83.6%를 차지했다.
■금융당국 "늘어나는 가계부채에 리스크 관리 차원"
주요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 yoon2@yna.co.kr
이와 관련해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심화할 수 있어 아직 구체적인 논의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환대출 인프라 이용 시 대출 원금 총량에 변동을 가져오지 않는 선에서 이자부담을 낮추고 싶다는 수요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며 “다만 DSR 규제는 가계부채 등 여러 측면에서 다양한 소관 부서가 검토하고 있어 대환대출 인프라에 미적용할지 여부는 아직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위는 대환대출 인프라 출시 첫날, 인프라 개시 이후에도 기존의 DSR 한도 규제 등에는 변동이 없고 규제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만 이동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실제 국내 가계부채는 지난해 1800조원을 넘어서며 국내 경제 최대 뇌관으로 꼽히고 있다.
국제금융협회(IIF)의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기준으로 34개국 중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 국가는 한국(102.2%)뿐이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전월(677조4691억원)에 비해 1431억원 늘어나며 16개월 연속 이어지던 감소세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안동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대환대출 인프라에 DSR 규제를 미적용해 대출 문턱을 낮춰줄 경우 상환능력을 초과하는 차주가 더 늘어날 수 있다”며 “대환대출 인프라를 연착륙시키면서 가계부채를 줄여야 하는 당국이 DSR 완화를 섣불리 검토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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