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노조 탄압에 강력 반발
한국노총 7년만에 경사노위 불참
시민들 "불법·강경진압 안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7일 전남 광양시 금호동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대정부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한국노총은 이날 포스코 하청노동자 연대 '망루 농성' 과정에서 빚어진 경찰의 강경 진압에 반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뉴시스
집회·시위가 과열되면서 정부가 인권과 안전문제 등으로 없앴던 강경 무력진압 방안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캡사이신·살수차가 대표적인 예다. 집회·시위 현장에서 물리력이 동반된 강대강 대결이 격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시민들은 이미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과거처럼 물리적 충돌을 동반한 과격한 시위 형태로 돌아가선 안 된다고 우려했다.
■한국노총 경사노위 탈퇴 현실화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7일 전남 광양지역지부 회의실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참여 중단을 결정했다.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한 것은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6년 1월 이후 7년 5개월 만이다.
이는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에서의 유혈사태 여파다. 지난달 31일 오전 5시 31분께 전남 광양제철소 앞 도로에 높이 7m의 철제 구조물(망루)을 설치하고 고공 농성을 벌이던 한국노총 금속노련(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의 김준영 사무처장이 경찰이 휘두른 경찰봉에 맞아 머리를 다쳐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경찰이 사다리차를 이용해 농성 중이던 김 사무처장에게 다가갔고, 김 사무처장이 쇠파이프 등을 휘두르며 저항하자 이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집회·시위 현장에서 캡사이신 최루액이 6년 만에 등장하기도 했다.
캡사이신은 지난 2017년 3월 이후로 사용이 중단된 상황이었다. 지난달 31일 민주노총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집회를 열었다. 불법집회에 대한 강경 대응 방침을 발표한 터라 집회 현장에는 긴장감이 고조됐다. 서울경찰청은 기동대 80개 중대 5000여명을 동원했다. 캡사이신과 최루액 분사기 가방도 준비된 상태였다.
아울러 집회·시위 관리를 위해 살수차의 부활까지 이야기되고 있다.
살수차는 지난 2015년 11월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사망한 이후 운용을 중단했다. 경찰은 지난 2020년 1월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대통령령)을 개정해 '소요사태'가 발생했을 때만 살수차를 쓸 수 있도록 제한했다. 기존에는 '불법 집회·시위'에도 사용할 수 있었다.
■"불법도, 강경진압도 안 된다"
시민들은 집회로 발생하는 교통불편이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다만 집회·시위가 헌법에서 보장하는 행위인 만큼 경찰의 강경 진압에 나서기보다는 질서유지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었다.
서울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강경 진압 보도가 연이어 나오는 것은 시민 입장에서는 공포 조장의 우려가 있다고 생각된다"면서 "교통통제 등 불편으로 시민들이 피로감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불법인 부분을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고 했다.
대학생 장모씨(26)도 "과잉 진압의 결정적 계기가 됐던 1박 2일 노숙 집회에서 일부 잘못된 행동들이 책잡힐 명분을 준 것도 부정할 수 없다"면서도 "집회의 자유 보장돼야 하는데 경찰 대응이 과하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집회 주최 측에서 법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서울 광진구 거주 20대 직장인 박모씨는 "소음부터 쓰레기, 교통 불편까지 불편함이 많다" "특히 집회 소음에 대해서는 추가 규제가 필요하다. 집회의 자유가 보장돼야 하지만 소음 측면에서 불편을 겪는 사람으로서 (소음 규제) 기준치가 조금 낮아지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집회·시위에서 충돌을 막기 위해 합의와 조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상균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살수차 도입과 같은 권위주의 시절에서나 사용했던 강경 진압을 고려해서는 근본적인 갈등 해결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무질서한 집회에 대해서 어떠한 조처를 하지 않는 것은 (경찰의) 직무유기"라면서도 "평화적인 집회 문화가 정착하기 위해서 경찰 측이 무리하게 강경한 태도를 취하지 않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김동규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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