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의 시리즈로 완성된 판타지 영화 '해리 포터'에는 다양한 마법과 주문이 등장한다. 상대방의 무장을 해제시킬 때 사용하는 엑스펠리아르무스(Expelliarmus)가 대표적이다. 위급한 상황에서 이 주문을 외우면 상대방이 지니고 있던 무기(대개는 마법 지팡이)가 사라지거나 때론 장풍처럼 상대방을 날려버릴 수 있다.
그 밖에도 자물쇠를 여는 마법인 알로호모라(Alohomora)나 얼룩을 제거하는 테르지오(Tergeo)처럼 실생활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마법이 있는가 하면, 임페리우스(Imperius·정신세뇌마법), 크루시아투스(Cruciatus·고통을 주는 저주의 마법), 아바다 케다브라(Avada Kedavra·인명살상마법)처럼 금지된 주문들도 있다. 특히 상대방의 생명줄을 끊을 수도 있는 아바다 케다브라는 일단 사용하게 되면 결과와 상관없이 감옥에 갇히는 형벌을 받게 된다. 이는 아마도 절체절명의 위기가 아니면 이 무시무시한 마법을 사용하지 말란 뜻일 게다.
최근 영화 속 주문이 현실로 소환됐다. 프로테고 막시마(Protego Maxima)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지금은 탈당해 무소속) 의원의 코인 사태가 터졌을 때, 같은 당의 한 국회의원이 이 주문을 외웠다. 김남국을 비난하는 악의 무리로부터 그를 보호하겠다면서다. 프로테고는 투명한 방어막을 만들 때 사용하는 마법 주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영어의 프로텍트(Protect)는 이 말을 어원으로 하고 있다. 여기에 최고 등급을 뜻하는 막시마가 더해지면 보호의 강도가 더 세져서 조금 더 넓은 지역에 보호막이 쳐진다.
SNS에 올라온 이 얘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는 내 귀를 의심했다. 상대방을 악마화하는 행태와 낡아빠진 이분법도 놀라웠지만, 선(善)과 악(惡)의 착란 혹은 교란은 이분이 도대체 제정신인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내가 아닌 것, 나와 의견이 다른 것은 모두 악으로 규정하는 그 용기에 경탄을 금하기 어려웠다. 아시타비(我是他非·나는 옳고 남은 틀리다)라는 게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겠구나 싶기도 했다.
백번 양보해도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는 잘한 일이라고 치켜세우기 어렵다. 더더구나 그의 행동이 (설사 그것이 합법의 테두리 안에 있다 하더라도) 악으로부터 보호받아야 마땅할 선한 행위는 아니다. 그런데도 단지 내 편이라는 이유만으로 프로테고 막시마를 외치며 마법을 부리려고 하니 안쓰럽기 짝이 없다. 아무리 좋게 봐도 일개 코인 투자자일 뿐인 이에게 투명망토라니, 그저 민망할 따름이다.
김남국 사태는 오래전 일을 기억나게 한다. 이른바 조국 사태다.
온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졌던 그때도 프로테고 막시마를 외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정의의 수호자 조국을 지켜야 한다면서다. 그의 허물은 적들의 그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면서다. 그러나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듯이 그들이 그토록 보호하고자 했던 것이 과연 정의였을까.
jsm64@fnnews.com 정순민 문화스포츠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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