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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대로면 그리스 꼴" 재정위기 경보 귀막을 텐가

표심 눈먼 야당 "다시 추경"
재정준칙 도입부터 서둘러야

[fn사설] "이대로면 그리스 꼴" 재정위기 경보 귀막을 텐가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재정준칙 도입에 관한 공청회'에서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나라살림을 꾸려가면 머잖아 그리스, 포르투갈처럼 재정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기획재정부 산하 한국재정정보원이 최근 공개한 '재정 지속가능성 복합 지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9.2%다. 세계 28개국 중 7번째로 재정위험성이 낮은 저위험국에 해당됐다.

하지만 단기간 증가세는 지나치게 가팔랐다. 더 큰 문제는 10년 후, 50년 후 미래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저출산·고령화로 재정지출 증가 속도는 급속히 빨라지는데 경제는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재정정보원은 이 추세를 반영해 우리나라 재정상태가 중기, 장기 모두 중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추가 조치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향후 재정 고위험국이 될 것이라는 경보도 울렸다. 이를 막으려면 GDP 대비 기초재정수지를 매년 평균 2.2% 이상 개선해야 한다. 결코 예사로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국가 재정위기 경보음은 한두 번 나온 게 아니다. 나랏빚이 지난해 1000조원을 돌파했고 갚아야 하는 이자만 올해 25조원, 향후 4년간 100조원을 넘는다. 더욱이 올 들어선 경기침체로 세수가 덜 걷히면서 세수펑크까지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4월까지 국세 수입이 작년보다 33조원이나 부족했다.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가 지난 1·4분기 54조원에 달했다. 이 상태를 그대로 두면 고스란히 미래세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재정위기로 청년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은 그리스처럼 될 수 있다. 언제까지 귀 닫고 모른 척할 순 없지 않은가.

나라재정은 안중에 없고 표심에만 눈먼 정치권의 각성이 급선무다. 허리띠를 졸라매도 모자랄 판에 정치권의 선심성 퍼주기 정책은 끝이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제 추경 편성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5일 "위기일수록 국가경제가 역할을 해야 한다"며 추경을 다시 본격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정을 엄격히 관리하지 않으면 유럽의 복지병을 앓을 수 있다는 지적에도 아랑곳없다.

정부 씀씀이 기준을 정한 재정준칙 도입부터 서둘러야 한다. 국회가 이 논의를 시작한 때가 2020년 10월이었다. 지난해엔 국가채무비율이 60%를 초과할 경우 관리수지 적자 한도를 GDP의 2%로 축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로운 도입방안도 발표됐지만 논의에 진척이 없다. 국회 기획재정위원들은 유럽 재정준칙을 배워보겠다며 출장까지 떠나 세금만 펑펑 쓴 뒤 입도 뻥긋하지 않고 있다.
이러고 무슨 재정개혁이 되겠는가.

사회적 약자와 저소득층을 배려한 핀셋지원은 앞으로 더 두터워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불필요한 선심지원이나 흥청망청 새는 세금들은 과감히 제어해야 한다. 학령인구는 줄어드는데 내국세와 연동해 책정된 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한 수술도 이런 차원에서 시급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