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난해 9월 27일(현지시간)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관인 노르드스트림2에서 폭발이 일어나 발트해 밑을 지나는 가스관에서 가스가 새 나오고 있다. 당시 4개 주요 가스관 가운데 3개가 끊어졌고, 이때 나온 가스 규모는 덴마크의 1년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많았다. 로이터뉴스1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가스관인 노르드스트림을 폭파한 테러범들이 폴란드에 거점을 뒀다는 심증을 잡고 독일 수사팀이 관련 증거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앞서 지난해 9월 26일 유럽에 러시아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가스관인 노르드스트림 1과 2에서는 강력한 일련의 수중폭발이 일어나 4개 주요 가스관 가운데 3개가 끊어졌다.
가스관이 수중에서 폭발하면서 발트해에 거대한 가스기둥이 치솟았고, 이때 대기로 방출된 가스 규모는 덴마크가 1년 내내 내뿜는 온실가스보다 많았다.
이후 독일, 스웨덴, 덴마크를 비롯해 서방 동맹국들이 가스관 파괴 공작을 누가 실행했는지, 배후는 누구인지를 놓고 수사를 벌여왔다.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배후는 우크라이나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 정보부와 연관된 범인들이 폴란드에서 사보타주를 실행했다는 것이 독일 수사팀의 판단이다.
WSJ에 따르면 독일 수사팀은 현재 가스관 파괴에 나선 범인들이 유럽연합(EU) 회원국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속한 동맹국인 폴란드에 거점을 두고 테러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독일 수사팀에 따르면 당시 가스관 폭파 테러에 사용된 요트가 폴란드 영해를 오갔다. 또 다른 증거들도 폴란드가 노르드스트림 파괴공작의 물류·자금조달 허브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와 달리 자체 조사를 벌이고 있는 폴란드 수사팀은 수개월 수사에도 독일 수사팀이 확보한 정도의 수사 단서도 찾지 못한 상태다.
2차대전 이후 최대 규모 사보타주 가운데 하나였던 지난해 9월 가스관 폭파테러에는 약 15m짜리 레저요트인 '안드로메다'가 동원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요트가 2주 동안 항해하면서 가스관 폭파 물자와 테러범들을 나른 것으로 보인다.
독일 수사팀은 테러 뒤 안드로메다가 폴란드 영해로 들어갔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안드로메다가 폴란드 영해로 이동했다는 사실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내용이다. 독일 수사팀은 안드로메다 무전기, 항해장비, 위성·휴대폰, 요트에 남아있던 탑승자들의 DNA 등을 통해 이같은 정황을 찾아냈다. 독일은 이 DNA가 우크라이나 군인 1명의 DNA라는 심증을 갖고 있다.
독일은 이 정황들을 종합할 때 폭발이 발생한 곳 주변을 모두 돌아다닌 안드로메다가 당시 테러를 수행한 요트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폭파에 사용된 폭발물 가운데 하나는 '옥타곤(8각형)'으로도 부르는 HMX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폭발물은 무색의 물질로 수중 인프라를 파괴하기에 적합하다.
독일 수사팀은 또 테러범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안드로메다를 빌릴 때 바르샤바에 있는 여행사가 도움을 줬다는 점도 파악했다.
이 여행사는 우크라이나 정보부 소속인 것으로 추정되는 우크라이나 기업과 연관돼 있다고 수사팀은 판단하고 있다.
수사팀은 이밖에 감시카메라, 증인들을 통해 독일 항구에서 안드로메다에 물품을 실어 나르는데 활용된 흰색 밴이 폴란드 번호판을 달고 있는 점도 확인했다.
이때문에 독일 수사팀이 현재 추정하는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가 사보타주 계획을 짜고, 폴란드에서 작전이 실행에 옮겨졌다는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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