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프로골프 PGA투어 위원장인 제이 모내핸이 7일(현지시간) 직원들에게 리브골프와 전날 통합선언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엄청난 자금력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오하이오주 더블린 뮤어필드빌리지 골프클럽에서 열린 PGA투어 메모리얼토너먼트에서 우승한 빅터 호브랜드가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 프로골프 PGA투어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자금지원을 받는 리브골프와 전격적인 통합에 합의한 것은 사우디의 오일머니 공세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PGA투어와 DP월드투어(유럽리그)는 앞서 지난 6일 리브골프와 통합을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사우디가 리그 통합을 위해 약 30억달러(약 3조88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사우디 오일머니가 프로골프계를 사실상 장악하는 순간이었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당시 전격적인 통합 선언은 PGA의 자금력 부족에 따른 것이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PGA 위원장인 제이 모내핸이 통합 선언 하루 뒤인 7일 직원들에게 그 배경을 설명하면서 사우디의 자금 지원을 받는 리브골프의 자금력을 당해낼 수 없어 결국 굴복했다고 설명했다.
모내핸은 당시 PGA가 막대한 오일머니를 쥐고 있는 사우디와 긴 싸움을 지속할 경제적 여유가 없었다면서 통합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모내핸에 따르면 리브골프와 법정 다툼이 앞으로 수년 동안 지속될 예정이었지만 PGA는 이미 5000만달러 가까운 돈을 썼고, 임금 등을 지불하기 위해 1억달러 준비금에도 손을 댔다.
그는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준비금도 탕진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지속불가능한 싸움을 접었다고 말했다.
모내핸은 "돈에 있어서는 제한이 없는 외국 정부와 경쟁 자체가 안된다"면서 "합의에서 가능한 가장 유리한 입장이 될 때까지...적적한 시기를 기다렸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모내핸은 설명 도중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여성 인권이 바닥인 사우디와 왜 이런 합의를 했는지를 묻는 딸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한 동안 힘들어 했다는 것이다.
모내핸은 그러나 "모든 선수들을 고려해야만 했다. 이 방 안에 있는 모든 이들(직원들)도 생각해야 했다"면서 "인권 우려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나 역시 이를 우려하는 이들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우디는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리브골프에 수십억달러 지원을 지속하고, PGA에도 재정지원을 하기로했다.
리브골프가 지난해 출범하면서 프로골프 산업에는 전례 없는 규모의 돈이 쏟아졌다.
정규시즌 상금이 2500만달러(약 323억원)로 사상최대 수준이었다.
리브골프는 또 필 미켈슨, 더스틴 존슨 같은 유명 골퍼들을 불러들이기 위해 대회에 얼굴을 비치는 것 만으로도 막대한 돈을 줬다. 어떤 경우에는 1억달러(약 1300억원)를 지급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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