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단독]문재인 정권시기 北 관광·인프라 사업 협상권 中에 넘어가?...남북경협 물건너갔나

- 북한 조선국제투자위원회 문건 입수, 최고 책임자가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으로 알려져
- 이사 8명 중 한 명인 중국 기업가에서 관광발전 등 협상권 위임
- 금강산 지구·결제 시스템 등 관광, 태양광·상하수도·다리 하부구조 건설 등도 中에 넘겨

[단독]문재인 정권시기 北 관광·인프라 사업 협상권 中에 넘어가?...남북경협 물건너갔나
북한의 조선국제투자위원회가 하부구조건설과 관광발전, 고급호텔건설 등의 분야에서 중국기업들의 투자유치와 관련한 협상을 중국 특정인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의 위임장.

【베이징·도쿄=정지우 김경민 특파원】 문재인 정권 시기에 북한 당국이 금강산, 고급호텔 등 관광사업과 북한-중국 연결 다리 하부구조를 비롯한 인프라 건설 협상권을 중국 기업인에게 위임했다는 문건이 나왔다. 이 문건이 사실일 경우 북한의 해외 관광 주요 사업권은 사실상 중국으로 넘어간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가 향후 남북경협(경제협력)을 재개하려고 해도 중국의 승인을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 문건이 실제 북한 당국이 중국 기업인에게 써준 것인지, 효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공식 확인하기 어렵지만 정전 70주년과 남북 경협기업 간 교류 허용 촉구 움직임 속에 나왔다는 점에서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14일 파이낸셜뉴스가 입수한 ‘조선국제투자위원회’의 위임장 사본을 보면 ‘조선국제투자위원회는 조선의 하부구조건설과 관광발전, 고급호텔건설 등의 분야에서 중국기업들의 투자 유치와 관련한 협상을 중국 ○○선생에게 위임합니다’라고 적시돼 있다. 문건에는 국제투자위원회 도장이 찍혀 있으며, 날짜는 5년여 전인 2018년 7월 23일로 적혀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조선국제투자위원회는 우리나라의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파악된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최고 책임자이며, 이용남 중국 주재 북한 대사도 8명의 조선국제투자위원회 이사 가운데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제담당 내각 부총리로 지내다 2021년 2월 주중 대사로 임명됐다.

소식통은 “조선국제투자위원회는 김 부부장이 최고 책임자이기 때문에 외부에 공개되지 않은 조직이지만, 그가 직접 맡는다는 점에서 북한의 해외 투자유치 창구가 될 것”이라며 “이 부총리도 투자위원회와 주중대사를 겸직하기 위해 중국으로 들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선국제투자위원회로부터 북한 관련 인프라 사업 협상권을 위임받은 것으로 알려진 중국 기업인은 위원회 이사 가운데 1명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그는 위원회에서 유일한 외국인으로 전해졌다.

이 문건에 적힌 관광발전은 단체 관광, 금강산 관광, 외국 관광객 결제 시스템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해석된다. 고급호텔은 이들을 수용하기 위한 숙박시설로 추정된다.

협상권을 받은 중국 기업인은 위챗페이나 알리페이와 같은 간편 결제 시스템을 북한 내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시키고 있다. 또 북한 측에 실사단을 보내 코로나19 상황과 공항 시설 등을 둘러볼 예정이다. 관광과 인적교류에 필요한 여건이 조성됐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다만 북중 관광은 당장은 재개되기 어렵고 중국 정부의 대북한 단체관광 승인 등이 필요한 만큼 빨라야 올해 8~9월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인프라 사업의 경우 중국 측이 이미 북한의 상하수도 시설과 북한 각 기관·가정에 태양열 시스템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북중 양국은 10여 년 전부터 양국을 연결하는 18개 다리를 새로 건설했는데, 이 중 일부 다리의 하부구조도 중국 기업가가 협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위임장 문건대로라면 여기에 적시된 것과 중복되는 사업의 경우 남북경협에서 사실상 회복시키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남북 관계가 극적으로 좋아진다고 해도 북한 협상의 상대측이 중국이기 때문에 이 위임장은 유효할 수밖에 없다고 소식통은 내다봤다. 만약 우리나라가 대북 사업에 참여하려면 중국 측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구조다.

소식통은 “남북한 소유 시설이 모두 철거된 금강산 관광지구 사업은 중국 광둥성과 상하이 업체가 맡아 새로운 관광단지 조성 개발을 추진할 것”이라며 “금강산 관광도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