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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연공서열로 나눠 맡는 상임위원장… 미국 의회는 다르다 [정치 어텐션]

야당 몫 6자리 놓고 인선 난항
민주, 12일 새 기준 확정하기로
통상 3선 이상이 맡는 위원장
초선이 대다수인 국회 '인력난'
미국은 위원회 경력 등에 더 무게

상임위원장 선임에 난항을 겪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상임위원장 인선 기준을 확정할 계획이다. 야당 몫의 6개 상임위원장 선출이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보류됨에 따라 당내 의견을 종합, 새 기준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만약 이날 인선 기준이 협의될 경우 빠른 시일 내 위원장 내정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1일 민주당에 따르면, 12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상임위원장 선출 기준 안을 논의한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지난 8일 "지난 의원총회 이후 지금까지 많은 안팎의 의견 수렴을 진행한 상황"이라 "그때 (안을) 공유하고 의원들의 의견을 들을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임위원장 선출은 통상 각 당에서 자체 내정한 위원장 명단을 국회 본회의에 올려 표결을 통해 최종 인선된다. 민주당의 경우 선수(選數·당선 경력)와 나이 등을 고려하며 장관이나 주요 알짜 당직을 지낸 경우 상임위원장을 맡지 않는 게 관례였다. 그러나 관례가 지켜지지 않고, 1년간 여야가 서로 교차해 나눠 맡기로 한 약속을 앞세워 지난달 30일 의총에서 당내 불만이 분출되며 선출이 보류됐다.

한 초선 의원은 "정치가 기본적으로 나눠먹기일 수는 있는데 그걸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됐다"며 "특히 장관은 관련 상임위에도 가지 않았다. 국회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장관을 지낸 사람이 상임위로 들어온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 상임위원장 인력 '태부족'

현재 21대 국회의원 중 절반이 넘는 155명이 초선이다. 재선 의원은 70명, 3선 이상 중진 의원은 74명으로 초선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4선 이상 의원들은 3선일 당시 상임위원장직을 경험했거나 원내대표나 최고위원 등 핵심 당직, 또는 장관직을 수행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에 실질적으로 상임위원장직을 맡을 수 있는 의원은 3선 의원 41명 정도가 후보군이다. 17개 상임위원회를 전·후반기로 나눠 맡는 것을 고려하면 인력 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일각에선 21대국회 전반기 원 구성 협상 당시 민주당이 단독으로 18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챙기면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민주당은 인원을 채우기 위해 관례를 깨고 장관 출신인 도종환·진선미·이개호 의원의 상임위원장 인선을 강행했다. 하반기에는 과방위와 행안위 위원장을 각 당이 각 1년씩 맡기로 합의했다. 현재 상임위원장 선출 부담이 커진 건 어찌보면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게 학계의 설명이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기자와 통화에서 "위원장은 의사일정을 진행하고 행정부와 협상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룰을 숙지하고 있는 그룹(3선 이상 의원들) 자체가 희귀 자원이 돼 버렸다"며 "다선 의원도 몇 명 안되는데 임기 중에 돌아가면서 위원장을 하다보니 3선 이상 의원들한테 위원장은 당연하게 여겨진다"고 부연했다.

■'연공서열' 따르는 미국, 다른 점은

한국 외에도 많은 국가들이 다선 의원을 상임위원장으로 추대하는 '연공서열제'를 따르고 있다. 다만 국가에 따라 재임 기간 등을 보는 방법은 어느정도 '편차'가 있다.

미국의 경우, 의원의 당선 횟수인 선수보다도 해당 위원회에 속했던 경력을 더 중시한다. 선수가 높을 수록 풍부한 의정활동의 경륜이 있겠지만, 상임위 전문성과 실무 능력을 위원장 인선 기준의 주요 척도로 보는 셈이다.

또 원내에서 위원장을 내정·선출해 본회의에서 채택하는 한국 의회와는 '절차상' 결이 다르다. 매 회기마다 평의원들이 상임위원장에 대한 일종의 '신임투표'를 하며 상향식 평가를 하기도 한다. 여야간 연공서열에 의한 '나눠 먹기식' 자리 배분보다는, 해당 상임위에 대한 전문성과 동료 의원들과의 신뢰구축 등 관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어찌보면 서열과 나이를 중요시하는 한국의 전통적 유교사상이 정치에도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셈이다.

호남이 지역구인 한 의원은 "지금 상임위원장으로 얘기가 많이 나오는 것에 대해 양측 모두 이해는 간다"며 "그러나 사실 쉽게 보면 잘하는 사람이 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며 실무능력과 동료의원들과의 신뢰 등을 우선시했다.

그는 이어 "초재선 의원이 위원장을 하게 될 경우 상임위 운영에 미흡함이 있을 수 있고, 그렇다고 3선 이상 의원들이 위원장을 한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이 지속될 것"이라며 "정 문제가 된다면 상임위원들끼리 (자유)투표를 통해 뽑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act@fnnews.com 최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