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에게 듣는다
1호지사 첫 결재는 ‘전 직원 임용서’
도민 스스로 쟁취한 특별자치 권한
제주·세종과는 탄생 배경부터 달라
강원, 진정한 자치분권 첫 시험대
시민단체 무분별한 난개발 우려엔 청정환경 보전하는 지역개발 강조
반도체 등 첨단산업 과감한 투자
크고 작은 성공 경험, 道 성장 밑거름
지역소멸 극복 해법 될 ‘특별자치도’
정부·국회와 빠진 특례 보완해 나갈것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가 11일 공식 출범한 강원특별자치도 성공을 위해 첨단산업에 과감히 투자, 기업이 들어오고 일자리가 넘치는 강원도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김 지사가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강원도 제공
【파이낸셜뉴스 춘천=김기섭 기자】 강원도가 628년 만에 강원특별자치도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어 11일 공식 출범했다. 김진태 강원특별자치도지사는 12일 강원특별자치도지사 1호 결재로 '강원특별자치도청 2811명 전 직원의 임용서'에 사인을 하게 된다. 이어 두번째로 미래산업 글로벌 도시를 위한 '미래강원 2032 발전전략' 보고서에 결재를 하며, 강원특별자치도지사 업무를 본격화한다.
"지난 반세기 동안 소양강댐, 동해안 화력발전소, 광부들의 희생 등 강원도의 희생으로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는 그는 "지역소멸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들고 나온 것이 바로 강원특별자치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이 들어오고 사람이 넘쳐나고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자유의 땅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1호 강원특별자치도지사인 그에게 강원특별자치도의 개념 및 향후 비전과 계획을 들어봤다.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엄청난 변화가 예상되는데.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60번도 더 변해야 했을 강원도는 그동안 '아름다운' 강원도였을 뿐이었다. 이제는 '아름다운 강원도'를 넘어 '아름답고 잘사는' 강원도로 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한덕수 총리께서 강원특별자치도에 대해 "지금 강원도가 달라고 하는 것은 '권한'이 아니라 '자유'다"라고 말씀하셨다. 지난 50년 동안 강원도는 온갖 규제에 시달렸다. 50년 동안 온갖 규제로 빼앗겨온 자유와 권리를 되찾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세 번째 특별자치시·도다. 이전과 다른 점은.
▲제주와 세종은 중앙정부에서 기획한 '위로부터의 특별자치도'다. 강원특별자치도는 우리 스스로 고민하고 기획하는 '아래로부터의 특별자치도'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차이다. 특별자치도라 자치분권이라는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제주나 세종은 인구가 너무 적었고, 제주는 섬이고, 제주에서 했던 것을 다른 지역으로 확장시키는 것이 어려웠다. 강원특별자치도는 내륙지역의 인구가 100만명 이상인 '특별자치도'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잘되면 그 성과는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중앙부처나 중앙정치권과 협력이 더 중요할 것 같다.
▲이제 시작이다. 첫술에 배부르겠나. 정부부처들이 '지자체도 스스로 잘 해나갈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 강원특별자치도법이 당장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시행령도 만들고 시행규칙, 조례도 고쳐야 한다. 본격 시행도 1년 뒤부터다. 국회를 통과하지 못한 조항들, 앞으로 더 보강해야 할 조항들도 있어 앞으로 계속 정부부처, 중앙 정치권과 조율하고 협의하며 법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난개발과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가 있다.
▲우선 난개발, 환경파괴를 논하기 전에 수십년 동안 강제로 떠안아야 했던 강원도민들의 희생은 생각해 봤는지 반문하고 싶다. 이번 특별자치도는 그동안 희생만 강요받아왔던 강원도민들의 자유와 권리, 재산권을 되찾는 것이다. 강원도 밖에 사는 분들을 위해 강원도민들은 무조건 개발도 하지 말고 희생만 해야 하는 것인가. 규제를 중앙정부가 하면 '환경보호', 지방정부가 하면 '환경파괴'인가. 강원특별자치도법은 탄소중립 녹색성장 중점자치도를 선언했다. 청정환경을 보전하면서 각 지역 특성에 맞는 지역개발이 이뤄지도록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탄소중립·환경보호와 지역발전의 공존을 추구할 방침이다.
―'강원도 자립'을 위한 예산이 중요할 것 같은데.
▲강원도민들이 중앙정부에 예산을 조금 더 받으려고 강원특별자치도에 목소리를 높였던 것이 아니다. 떡을 달라는 게 아니라, 떡을 만들 절구통과 공이를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면 송편, 인절미, 찹쌀떡 등 우리가 알아서 다양하게 빚어 먹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예산'보다는 '제도' '권한'을 달라는 것이었고, 그렇게 하면 강원도민 스스로 우리에게 적합한 발전전략을 만들어 추진하겠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전국 지자체 최초로 재정준칙 도입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재정건전화 조성 조항을 담았고, 최근 재정준칙을 발표했다. 향후에도 도민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새로운 입법과제를 발굴하고 추가 개정을 준비해 나갈 계획이다.
―강원특별자치도의 남은 과제는.
▲강원특별법에는 미래산업 증진을 위한 특화산업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강원첨단과학기술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만큼 반도체, 수소산업 등 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겠다. 또 연구개발특구 지정요건이 완화되고 연구개발특구를 지정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과학기술과 R&D 역량도 강화시킬 예정이다. 강원특별자치도의 비전이 미래산업 글로벌 도시인 만큼 반도체, 바이오헬스, 수소에너지, 이모빌리티, 스마트농업 등 미래 첨단산업에 과감히 투자해서 기업이 들어오고 일자리가 넘치는 강원도를 꼭 만들겠다. 서울과 수도권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강원도는 조용하고 쾌적하면서도 수도권과 인접해 있다는 강점이 있다. 글로벌 기업들에 있어 워케이션(Workation)의 성지이자 최고의 투자처로 강원도가 부상하고 있다. 서울 청량리에서 춘천과 원주까지 각각 기차로 딱 1시간 걸린다. 강릉도 1시간30분 거리다. 여기에 동서고속철도가 완성되고 GTX-B 춘천 연장, 용문~홍천 철도, 제천~영월~삼척 동서고속도로도 차근차근 추진되고 있다. 사통팔달 강원특별자치도가 포화상태에 있는 서울과 수도권을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특별한 지역이 될 것이다. 꼭 지켜봐달라.
―강원도민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은.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으로 규제혁신과 자치분권의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이번처럼 도민들이 힘을 합쳐 만드는 '크고 작은 성공의 경험'이 늘어날 것이다.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자신감을 얻게 될 것이다. 강원특별자치 시대 출범의 주인공은 바로 강원도민 여러분이다. 강원도민들이 직접 강원특별자치도를 출범시켰고, 앞으로도 계속 만들어간다는 생각을 갖고 강원특별자치도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져주시기를 바란다.
kees26@fnnews.com 김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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