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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간 데이터 칸막이 해제… 비이자 수익 활로 터준다 [울타리 낮아지는 금융지주]

금산분리 규제 유연화 기대감
비금융업 투자·진출 탄력 받을듯
해외시장 개척 등 영토 확대 모색
은행업 위주 포화된 국내시장 대체
상생금융 압박 받던 금융사 숨통

금융당국이 금융산업 활력 제고를 위해 지주제도 개선에 돌입하면서 금융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미래 먹거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의 금융서비스 진출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청년고객을 흡수하면서 기존 금융사들을 안팎으로 압박하고 있다.

지주회사 제도의 이점을 활용해 계열사 간 데이터를 공유하고, 비금융회사에 투자할 수 있게 되면 사업영토를 넓힐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그동안 상생금융을 압박하면서 비이자수익을 늘리라고 했던 금융당국이 규제를 풀어주면 업계로서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다.

■빅테크·인뱅과 경쟁에 고심하던 금융지주, 규제완화 기대감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자회사 지배·경영관리 역할만 했던 금융지주의 역할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자회사의 범위를 넓히고, 해외진출 시 현지 규제에 맞게 금산분리 규제를 유연화하며 또 지주 계열사 간 고객데이터 공유 규제를 완화하는 게 핵심 안건이다.

이 가운데 금융지주 제1의 숙원과제는 '자회사 투자한도 제한 완화'다. 현행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그룹 지주사들이 비금융 자회사 지분은 15%를 초과해 소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과정에서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금융지주에서는 빅테크·인터넷전문은행과의 '플랫폼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금융지주는 관련한 규제가 완화된다면 차기 '먹거리'를 다방면에서 발굴할 수 있게 된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신한금융은 지난해 5월 베트남 3대 이커머스 기업으로 꼽히는 '티키(Tiki)' 지분 인수에 참여한 바 있다. 신한은행과 신한카드가 각각 7%, 3% 지분을 인수했다. 향후 이 같은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을 소유한 지주는 지주법상 비금융 주식 지분을 소유하는 데 제한이 많다. 은행을 소유한 지주도 그렇고 증권, 보험사 등 소유한 지주도 마찬가지"라며 "완화된다면 아무래도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지주회사 이점 활용해 자회사 간 시너지효과 기대

당장 눈에 띄는 효과가 기대되는 건 지주 내 자회사 간 '데이터 칸막이'를 해제하는 것이다. 예컨대 A지주계열 은행의 고객데이터를 카드사에서도 일부 조회할 수 있게 되면 영업이 훨씬 쉬워진다. 또 다른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사는 대부분 B2C(대고객) 영업을 하는데 자회사끼리 영업상 목적으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게 되면 영업 측면에서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 효용이 높아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다. 금융지주가 추진해왔던 통합 원앱·디지털 유니버설뱅크가 현실화되면 하나의 플랫폼을 통해 은행·증권·보험·카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같은 지주 계열사라고 해도 카드회사에서 개인정보 약관에 동의하고 손해보험사에서도 같은 절차를 거쳐 정보를 제공한다. 통합되면 한번에 이를 할 수 있다"며 "고객 입장에서도 편리해질 수 있고, 고객에게 더 나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금융시장이 포화인 데다 잠재고객인 10·20대가 빅테크·인터넷전문은행으로 몰리는 것을 고려할 때 해외진출 시 금산분리 규제 유연화도 금융지주로서는 반기는 분위기다. 그동안 당국이 예대금리차에 따른 은행권 영업행태를 비판하면서 상생금융을 압박하고, 비이자수익을 늘리라고 했던 만큼 기존 금융사에도 '숨통을 틔워줄 때가 됐다'는 기조변화가 감지된다는 것이다.

지주 관계자는 "은행업 위주의 금융시장이 포화상태인데 해외로 눈을 돌리면 기회가 더 많고, 현지 감독당국의 방침에 맞게 규제를 유연화해주면 글로벌 시장에서 기회요인을 더 찾기 쉬워진다"고 전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