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자 매뉴얼' 개정작업 중
전문가들 "경찰력으론 한계
해외사례 참고해 방안 찾아야"
잇따르는 주취자 사망 사고로 경찰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경찰청은 '주취자 보호 매뉴얼' 개정작업을 진행중이지만 경찰 대응 뿐 아니라 지자체, 의료기관 등의 적극적 합동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방역완화 이후 주취신고 급증
11일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취자 관련 112 신고 건수는 97만6392건이다. 지난 2020년에는 90만250건, 2021년에는 79만1905건으로, 코로나19 당시 주춤했던 주취 신고는 방역이 완화되면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27일 인천에서 사망한 60대 남성 주취자 A씨를 맡았던 인천 내 지구대는 이날 78건의 신고를 접수했다. 이 가운데 주취 신고만 6건이었다. 당시 야간 근무자는 11~14명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당시 매뉴얼대로 조치를 다했지만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A씨는 코피를 흘리고 있어 소방 응급구조대를 불러 응급 조치를 했고, 소방도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판단해 응급입원은 하지 않기로 판단했다. A씨의 가족에게도 전화했지만 A씨 가족이 사정이 있다며 지구대의 처분을 부탁해 귀가조치를 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그날 경찰관 2명이 A씨를 데리고 자택 건물 안 1층과 2층 사이 계단까지 같이 올라갔다"며 "A씨가 계속 '됐으니까 그냥 가라'라며 밀쳐서 A씨가 3층까지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30일에는 서울 미아지구대 소속 경찰관 2명이 술에 취한 행인을 데리고 귀가시켰으나 행인이 집 앞에서 사망하기도 했다. 서울에 한파 경보가 내린 날에 주취자를 자택 대문 앞까지만 바래다 줬기 때문이다.
■경찰과 소방·응급의료기관 합동 대응 필요
경찰청은 '주취자 보호 조치 매뉴얼' 개선 작업을 진행중이다. 하지만 경찰 단독 대응만으로는 현실적으로 주취자들의 다양한 사례에 대처하기는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인천 남동구 주취자 사망 사건의 경우도 경찰은 소방 응급 구조대까지 불렀는데도 주취자의 건강상태를 파악하지 못했다. 소방 당국의 응급 대응으로도 사망 위험을 인지하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국내에선 경찰관 직무집행법 4조에 따라 경찰이 주취자를 보호하지만 해외에서는 의료전문가가 개입하게 돼 있다.
영국에서는 경찰과 소방, 응급구조대 등이 모두 보호조치의 주체가 되며, 프랑스에서는 '병원 치료가 필요 없다'라는 의사의 확인서를 받을 경우에만 주취자가 경찰서에 있는 보호실에서 보호 조치를 받도록 돼 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인력도 부족하고, 전문 의료진이 아닌 경찰에서 판단하고 입원 및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며 "지자체와 그 지역의 긴급의료기관 전문의들이 함께 주취자를 보호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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