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

텅 빈 北열병식 훈련장에 갑자기 나타난 수백대 트럭들

10일 위성사진에 차량수백대와 최대병력 4400명 추정 포착
북한 7월 27일 전승절 또는 9월 9일 정권수립일 열병식 전망 높아져

[파이낸셜뉴스]
텅 빈 北열병식 훈련장에 갑자기 나타난 수백대 트럭들
북한 열병식 훈련장을 촬영한 10일 자 위성사진. 공터에 차량이 빼곡히 들어선 모습(화살표)이 보이는 가운데 병력대열 약 15개가 훈련 중인 장면(사각형 안)도 확인된다. 사진=Planet Labs
북한 열병식 훈련장 공터에 지난달 중순 갑자기 텅 빈 모습이 관측됐다가 다시 공터를 가득 채운 차량 수백 대가 나타났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3일 훈련장 중심부에는 열을 맞춰 이동 중인 병력 대열이 재등장한 장면이 지난 10일부터 ‘플래닛 랩스(Planet Labs)’의 위성사진에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북한 전문매체 ‘NK뉴스’ 등은 지난달 15일 이 일대를 촬영한 위성사진을 통해 이곳에 주차된 50~100대가량의 차량을 포착했다. 하지만 VOA는 약 일주일 뒤인 지난달 22일 차량이 일제히 사라지면서 공터가 다시 텅 비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10일 다시 훈련장 공터가 차량으로 빼곡한 장면과 병력의 대열로 보이는 점 형태의 무리도 포착됐으며, 다음 날인 11일 자 위성사진에서도 이곳을 가득 채운 차량은 형태가 포착됐다.

특히 검은색 빛깔의 면적이 지난달보다 더 넓어진 것으로 나타나 차량의 수가 더 많아진 것으로 관측된다.

병력은 일정한 간격을 유지한 채 김일성 광장의 연단을 형상화한 지점과 훈련장 중심부 등을 이동하고 있는 형태로 분석된다.

병력 대열은 대략 15개로 집계돼, 각 대열에 도열한 병력을 50명에서 최대 300명으로 추정한 위성사진 전문가들의 이전 감식 결과에 비춰 이날 열병식 훈련장에는 약 750명에서 최대 4천400명이 있던 것으로 VOA는 추정했다.

북한은 과거 열병식 훈련장에선 소규모 차량 혹은 병력이 포착된 후 점차 그 수가 늘어나는 패턴을 보여왔지만 올해는 차량과 병력의 수가 오히려 대폭 줄어든 이후 약 보름이 지나서야 이전보다 많은 형태로 재등장했다.

이같이 북한이 갑작스럽게 병력을 철수시켰다가 다시 복귀시킨 정확한 배경은 알 수 없다. 다만 일부 언론에서 북한 내 소식통을 인용해 일부 도시에서 열병이 돌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이와 연관성이 시사된다는 관측이다.

텅 빈 北열병식 훈련장에 갑자기 나타난 수백대 트럭들
열병식 훈련장 공터의 11일(위)과 지난달 26일(아래) 모습. 지난달 텅 비어 있던 공간에 차량이 만들어 낸 검은색 빛깔이 보인다. 사진=Planet Labs
북한은 통상 5년, 10년 단위로 꺾기는 해인 이른바 '정주년' 기념일에 열병식 등 대형 행사를 개최해 왔다.

올해는 6·25 전쟁의 북한 표현인 조국 해방 전쟁의 승리일 70주년이자 북한 정권 수립(공화국 창건) 75주년이다.

북한의 열병식이 주목받는 이유는 현장에 동원되는 무기 때문이다. 북한은 올해 2월 8일 인민군 창건일 즉 건군절 75주년을 맞아 심야 열병식을 개최하면서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또 다른 ICBM인 ‘화성-17형’, 4연장 단거리 지대지 미사일과 이스칸데르형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5연장 순항미사일, 4연장 초대형 방사포와 각종 전차와 자주포 등을 공개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존재가 확인된 ‘전술핵 운용부대’도 처음으로 열병식에 등장했다.

반길주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난달 말 북한이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하면서 안보가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지는 않겠지만, 북한 김정은 정권의 위상이 실추된 것은 부인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반 연구원은 "김정은은 지난 5월 16일 딸 김주애를 대동하고 국가우주개발국을 찾아 ‘정찰위성 1호기’ 발사에 대한 “행동계획”을 승인했다"며 "이는 정찰위성 발사가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수령의 명령이라는 점을 대내·외에 공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북한 주장 정찰위성 발사가 성공하면 김정은은 정권의 위상 상승이라는 정치적 이득을 보겠지만 실패하면 그만큼 김정은의 위상이 실추되는 방정식이 만들어진 셈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면서 반 연구원은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하면서 김정은 정권은 그야말로 망신을 당하는 신세가 됐고 이는 '최고존엄'을 따지는 기이한 북한정치를 고려하면 심대한 상황에 처한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이 같은 상황에 더해 지난달 25일 한국이 누리호 3차 발사에 성공했었다는 점에서 이를 만회하려 절치부심, 2차 정찰위성 발사 시도에 박차를 가하면서 북한 내부의 극심한 식량난 등으로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야간 열병식을 강행하려고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열병식 훈련장에 다시 병력과 차량을 집결하면서 7월 27일 전승절 70주년과 9월 9일 정권수립 75주년에 열병식을 개최할 수 있다는 전망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지난달 중순 ‘자유아시아(RFA)’ 방송은 북한 내 주민소식통을 인용해 평양과 평안북도, 양강도 등 일부 지역에서 독감, 폐렴 등 열병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사망자도 나왔다고 전한 바 있다.

텅 빈 北열병식 훈련장에 갑자기 나타난 수백대 트럭들
북한이 건군절(인민군 창건일) 75주년인 지난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월 9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