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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한 환경", 반성문 75번...강간 상해 범죄자 10명중 7명이 감형 받았다

피해자와의 합의, 진지한 반성 등 있으면 감경돼
전문가 "양형 기준 더 엄격해져야"


"불우한 환경", 반성문 75번...강간 상해 범죄자 10명중 7명이 감형 받았다
눈물 흘리는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12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부산 돌려차기 사건' 항소심을 마치고 피해자가 인터뷰를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부산고법 형사 2-1부(최환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 A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정보통신망에 신상 공개,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2023.6.12 handbrother@yna.co.kr (끝)

[파이낸셜뉴스]#지난 12일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피해자 A씨는 법정에서 나오며 취재진에게 "그 사람의 가정이 불우하다고 제가 덜 다친 건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부산고법 형사 2-1부(최환 부장판사)가 이날 부산 서면에서 A씨를 무차별폭행한 혐의(살인미수·강간미수)로 기소된 30대 남성 B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하면서 "불우한 성장 과정이 영향을 미친 사유로 참작된다"고 해서다. 검찰이 구형한 형량(징역 35년)에서 15년을 깎아준 셈이다.

#지난해에는 세종시 소재 한 대형 매장에서 처음 본 10대 여학생을 화장실로 끌고 가 강간한 20대 남성 C씨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대전지법 형사12부(유석철 부장판사)는 "피고인은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범행 과정에서 행사한 힘(유형력)의 정도가 비교적 중하지 않고, 이 사건 이전까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도 없다”며 피고인과 합의한 피해자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C씨는 1심 공판 과정에서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75번의 반성문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이 강간 범죄에 대해 선고하면서 형을 감경한 비중이 4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해가 발생한 강간의 경우 감경한 비중이 70%를 넘는 수준이다. 이에 강력 범죄임에도 강간 범죄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형 기준을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15일 '2021 대법원 양형위원회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선고된 성범죄 판결 5520건을 분석한 결과, 일반 강간에 대한 형이 감경된 경우가 44.7%에 이른다. 13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일반 강간에 대한 처분은 기본 2년 6개월~5년의 유기징역이지만 감경을 받아 1년 6개월~3년을 선고받은 경우가 많았다.

상해가 발생한 일반 강간의 경우 감경이 70.3%에 육박했다. 일반 강간(상해)의 경우 감경을 받으면 징역 2년 6개월~5년, 기본은 4년~7년이다.

3년 이하 징역으로 감경을 받으면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례도 많았다. 일반 강간 혐의에 대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례는 553건으로 전체(978건)의 56.5%에 달한다. 상해가 발생한 강간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사례는 163건으로 전체(340건)의 47.9%를 차지한다.

실제 지난달 13일에는 경기 의정부시에 있는 노래방에서 여성 사장을 폭행하고 강간을 시도한 혐의(강간상해)로 기소된 50대 남성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는 점과 피해자와 합의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는 양형 기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양형 감경 요소에는 △자수 △처벌불원(피해자와 합의) △진지한 반성 △피해 정도 경미 △형사처벌 전력 없음 등이 포함된다.

신중권 법무법인 거산 대표변호사는 "감경되는 대부분의 이유는 피해자와의 합의 때문"이라며 "현재 양형 기준상 감경 사유로 정해져 있어서 법원에서도 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해자의 감경을 원하지 않아 피해자가 합의를 안 하는 대신 별도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한다"면서 "양형 기준을 더 엄격하게 바꾸는 방향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