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일본 사이타마현립 수상공원에서 열린 수영복 촬영회 현장 사진. 중학생 모델이 수영복을 입은 모습을 100여 명의 남성이 촬영하고 있다. 사진=트위터
[파이낸셜뉴스] 일본 사이타마현이 운영하는 수영장에서 ‘수영복 여성 촬영회’를 계획했다가 지방의원 등의 반대로 취소되자 찬반논란이 뜨겁다.
지난 8일 사이타마현의 공원을 관리하는 위탁기관인 현공원녹지협회는 오는 10~25일 현내 공원 두 곳에서 열릴 예정인 6건의 ‘수영복 여성 촬영회’ 중단을 요청했다.
14일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공산당 젠더평등위원회와 소속 사이타마현의원들은 “과거 사진을 확인했더니, 수영복 차림의 여성이 외설적 자세를 취하는 등 성 상품화를 목적으로 한 행사인 것이 분명하다”며 “미성년자들이 출연한 적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관계를 검토한 사이타마현 공원녹지협회는 촬영회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앞으로 현 직영 시설을 수영복 촬영회에 대관하지 않겠다고 지난 9일 발표했다. 이달 촬영회도 취소했다.
오는 24~25일 현립 시라코바토 수상공원에서 촬영회를 기획했던 잡지사가 “공원 측의 처분으로 촬영회가 취소돼 죄송하다”고 트위터에 올리면서 논란이 본격적으로 벌어졌다.
분노한 남성들은 ‘페미니스트’와 ‘좌파’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그라비아 아이돌’의 일자리를 빼앗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온라인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억압한다”는 의견이 쏟아졌다. 촬영회에 참가 예정이었던 한 모델은 “규칙을 지키고 있었다”며 “내가 하는 일이 ‘성 상품화’로 불리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과거 수영복을 입은 중학생 소녀에게 100명이 넘는 남성들이 카메라를 들이댄 모습 등이 공개되며 공원 측의 결정을 지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본에서 ‘그라비아’란 수영복 차림 여성이나 세미 누드인 여성을 촬영한 영상이나 화보집을 뜻하며, 여기에 출연하는 모델을 ‘그라비아 아이돌’이라고 부른다.
그라비아 화보 촬영은 연예계 등용문 중 하나로 여겨졌으며 과거에는 초등학생이 찍어도 법적 문제가 없었다. 현재는 지나치게 노출이 심한 미성년자 그라비아 화보를 제작하면 처벌받는다.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성 상품화’, ‘아동 성 착취’에 대한 비판 의식이 높아지면서 미성년자 및 공공장소에서의 그라비아 촬영에 문제 제기가 쏟아지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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