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작가의 춘향 영정. 사진=남원문화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최근 남원지역에서 새로 제작한 ‘춘향 영정’을 두고 다시 그리거나 90여년전 최초 영정을 걸어야 한다는 등 시민들의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작품 속의 춘향의 얼굴이 40∼50대 여인으로 보여지는 것은 물론 외모도 중성적으로 느껴진다는 이유에서다.
남원시와 남원문화원은 지난달 25일 제93회 춘향제 춘향제향에 앞서 춘향 영정 봉안식을 갖고 새 영정을 광한루원 춘향사당에 봉안했다.
남원시의 위탁을 받아 남원문화원이 제작을 주도한 이 영정은 가로 94㎝, 세로 173㎝ 크기로 그렸다. 김현철 작가가 그린 영정은 제작 비용으로만 1억7000여만원이 투입된 것으로 전해진다.
남원시와 남원문화원, 김 작가는 보도자료 등을 통해 “새 춘향 영정은 판소리 완판본 ‘열녀춘향수절가’와 경판본 ‘춘향전’의 첫 대목에 등장하는 5월 단오일을 맞아 몸단장을 한 채 그네를 타기 위해 나오는 17살 안팎의 18세기 여인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준비과정에 남원소재 여자고등학교에서 추천받은 7명의 여학생 모습을 참고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새 영정을 본 시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기대와는 달리 “춘향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비판 의견이 커지고 있다.
15개 단체가 모인 남원시민사회연석회의는 14일 성명서를 통해 “새 그림 속 춘향은 도저히 10대라고 보기 힘든 나이 든 여성이다. 또 춘향의 덕성이나 기품을 제대로 표현해 내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며 “춘향 영정 봉안 문제에 대해 다시 객관적이고도 민주적인 공론 조사를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강경식 최초춘향영정복위시민연대 대표는 “새 영정은 남원 춘향이 전혀 떠오르지 않는 ‘억지 춘향’이다”며 “평등과 민족정신, 항일의 의미를 담았던 최초의 영정을 복위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남원시는 김은호 작가가 1939년 그렸다가 유실돼 1961년 다시 그린 춘향 영정을 2020년 9월 철거했다.
이 작품은 친일 인사였던 김 작가의 작품이어서 교체 여론이 컸다.
최초의 춘향 영정은 1931년 1회 춘향제를 맞아 강신호·임경수 작가가 그린 작품으로 30대의 어사 부인의 모습이다. 한국전쟁 중에 일부가 훼손됐지만 남원향토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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