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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저, 살 수 있어요?”
데뷔 14년 만에 첫 영화 ‘귀공자’ 개봉을 앞둔 배우 김선호가 촬영 당시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김선호는 극중 필리핀의 한국계 혼혈인 마르코를 뒤좇는 정체불명의 킬러 귀공자를 연기했다. 영화 ‘킹스맨’의 스파이처럼 명품 수트를 차려입고 고급 외제차를 몰고 다니며 주어진 임무를 프로페셔널하게 수행하는 인물로 살인보다 명품 구두에 피가 묻는 게 더 질색인 캐릭터다.
타깃을 추적하면서도 외모를 신경 쓰고, 아이처럼 빨대로 콜라를 마시면서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다가도 타깃은 집요하게 쫓는다. 시골집 옥상을 성큼성큼 건너뛰고, 컴컴한 터널을 터미네이터처럼 질주하다 다리 위에서 거침없이 뛰어내린다.
‘귀공자’에서 김선호의 트레이드마크인 하얀 피부와 해맑은 미소, 장난스러운 면모는 상대를 위협하는 잔인무도한 킬러의 행동과 대비되며 김선호 맞춤 빌런 캐릭터로 거듭난다. 한국영화 속 기억에 남을 ‘빌런’ 캐릭터로 회자될만하다.
김선호는 “다리에서 뛰어내린다는 설정이 있었는데, 그게 고가다리더라”며 “진짜 제 목이 꺾일 정도로 위로 올려다봐야하는 높이였다. 감독님께 ‘저 살 수 있어요?’라고 물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정말 많이 뛰어내렸어요. 뛰어내릴 때 굴러도 보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죠. 원래는 웃으면서 뛰어내려야 했는데, 제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웃는 건 딱 한 장면뿐이라고 하더라고요. 너무 긴장해서 거의 무표정으로 뛰어내린 거죠.(웃음)”
2009년 연극 '뉴 보잉보잉'으로 연기를 시작한 그는 주로 대학로에서 활동했다. 그러다 2017년 드라마 '김과장'을 통해 뒤늦게 안방극장에 데뷔했고 '백일의 낭군님'(2018), '스타트업'(2020)을 거쳐 '갯마을 차차차'(2021)로 인기의 정점에 올랐다. 하지만 사생활 논란에 휩싸인 그는 앞서 캐스팅됐던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선 하차했고, 대중의 오해가 풀리면서 킬러 역할인 ‘귀공자’로 복귀를 앞뒀다.
“(제작사인 스튜디오앤뉴) 장경익 대표와 박훈정 감독님이 (논란 이후) 제게 먼저 물었죠. 우리는 네가 괜찮으면 같이 하고 싶다고 하셨죠. 그래서 저도 괜찮다고 했어요. (배우가 교체돼) 제작이 미뤄지면 손실이 발생하잖아요. 더 이상 누가 되고 싶지 않았고 좋은 연기로 최선을 다해서 은혜에 보답하고 싶었습니다.”
캐스팅 당시에는 “나한테도 이런 역할이 들어오네 싶어서 기뻤다”고 돌이켰다.
“박훈정 감독의 ‘마녀’를 재밌게 봤던 터라 출연할 생각으로 미팅을 갔고 나중에 대본을 읽었다”며 “저는 작품을 선택할 때 같이 작업하는 사람을 중시하는데 박훈정 감독은 좋은 형과 같은 사람”이라며 애정을 보였다.
“감독님이 인터뷰 할 때는 말씀도 조근조근하고 긴장을 많이 하시지만, 생각보다 터프하세요. 동시에 농담도 많이 하고 유쾌하시죠. 동네 형 같지만 일을 할때는 리더예요. 결단이 빠르시죠. 왜? 안돼? 무섭게 물어보다가 이유를 설명하면 오케이 잘했어하고 딱 넘어가시죠. 많은 사람이 따라요. 리더로 밖에 못살겠다 싶어요.”
그는 박 감독의 차기작 '폭군'에서도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 김선호는 "'귀공자'를 하며 가까워진 덕"이라면서도 "감독님이 원하는 이미지를 빠르게 그려내는 편"이라고 답했다.
[스튜디오앤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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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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