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들 면담 요청에 출입문 봉쇄
양측 날마다 고성·몸싸움 벌어져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용산구청 앞에서 구청 진입을 하려는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구청 관계자들에게 막혀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뉴시스
"너네 구청장 지키려고 공무원 됐어."
15일 오전 8시 47분께 소복을 입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 3명이 이같이 외치면서 서울 용산구 용산구청 진입을 시도했다. 벌써 지난 8일부터 주말을 제외하면 6일째다. 유가족들은 박희영 용산구청장과의 면담과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반대로 용산구청 공무원들은 유가족과 대치 중이다. 때문에 용산구청에서는 매일 같이 양측 간의 고성이 오가고 있다.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박 구청장은 '두문불출' 중이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됐다가 지난 7일 보석으로 풀려난 박 구청장은 바로 다음날인 지난 8일부터 출근했지만 유가족과는 만나지 않고 있다.
■6일째 반복 중인 충돌
이날 용산구청 공무원 20여명은 오전 7시께부터 구청 1층 종합민원실 입구를 3줄로 막았다. 유가족이 진입할 수 없도록 차단한 것이다. 관련해 용산구청은 "안전사고를 대비해 출입문을 봉쇄했다"고 전했다.
이내 공무원들과 박 구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유가족 사이에 밀고 끌어당기는 몸싸움이 벌어졌다. 유가족들과 구청 공무원들의 손과 팔에는 빨간 자국들이 남았다. 강제 진입을 시도하던 과정에서 유가족 한명이 몸싸움 과정에서 넘어져 머리를 다치고 어지럼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또 다른 유가족은 흐느껴 울며 구청 공무원들에게 "한번 죽은 목숨 두 번은 못 죽겠냐"며 "용산구는 (지난해 10월) 29일 당직실에서 뭘 했느냐"고 따져 물었다.
■사라진 당사자, 박희영 구청장
유가족과 구청 공무원 간의 충돌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박 구청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박 구청장은 지난 7일 보석으로 풀려난 다음날인 8일 오전 7시께 유가족을 피해 기습 출근했다. 이어 지난 9일과 12일에는 각각 연차휴가와 병가를 내는 등 유족들을 피해 왔다. 닷새 만인 지난 13일에는 출근길에 "유족과 만날 뜻이 있다"고 했지만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날도 박 구청장은 출근은 했지만 유가족과는 만나지 않았다.
박 구청장이 직접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지 않으면서 용산구청 공무원들이 대신 나선 형국이다.
이에 대해 용산구청은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대비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용산구청은 "용산구는 유가족의 안전과 직원 보호를 위해 이날부터 청사 보안을 강화했다"며 "유가족들이 돌발 위험에 상시로 노출되고 있으며 언제든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14일 유가족들이 계단 및 옥상 등에서 사고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으며 감정이 격해질 경우 자칫 위험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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