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지난해 이어 올해도 韓 인신매매 2등급 국가 지정
외국인 여성 속여 성매매 강요 사례 많아
어선 등에서 외국인 노동자 착취 문제도 해결해야
韓 정부가 개선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기준 미달
지난 4월 30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2023 세계노동절, 강제노동철폐! 이주노동자 메이데이'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손목에 쇠사슬을 감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날 참가자들은 이주 노동자의 체류와 임금, 노동조건 등에서의 차별을 없애고 권리를 보장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국 국무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을 2등급 인신매매 국가로 분류했다. 국무부 한국에서 외국인 여성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거나 어선 등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하는 사례가 빈번하며 한국 정부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는 15일(현지시간) '2023 인신매매 보고서'를 발표했다. 국무부는 성매매와 강제노동까지 모두 포괄적인 ‘인신매매’로 간주한다.
미국은 2001년부터 자국 법에 따라 인신매매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으며 이번 보고서는 2022년 4월~2023년 3월 사이 미국을 포함한 188개국을 평가한 보고서다. 국무부는 평가 국가들을 인신매매 감시와 단속 등을 토대로 1~3등급으로 구분한다.
한국은 보고서 발간 첫해에 가장 나쁜 3등급을 받았으나 다음해부터 1등급을 유지하다 지난해 2등급으로 강등됐다.
외국인에게 성매매 강요 및 노동 착취
미 국무부는 우선 중국과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와 중동 및 남미 여성들이 브로커에게 속아 한국에서 강제로 성매매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무부는 외국인 여성들이 유흥업소 등에서 공연하는 외국인이 받는 비자(E6-2)로 한국에 들어온 뒤 항구나 미군 기지 근처의 외국인 전용 술집에 취업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들이 가수나 기타 다른 직업 알선을 위해 한국에 왔지만 결국 강제로 성매매를 하게 된다며 이 과정에서 업주 등에게 물리적으로 폭력을 당하거나 여권을 빼앗긴다고 지적했다.
국무부는 안마시술소나 식당 등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피해자 가운데 탈북 여성도 있다고 밝혔다.
또 국무부는 한국의 자방자치단체들이 농촌 지역 국제결혼을 장려하고 있지만 외국인 여성을 학대하거나 성매매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출청소년에게 성매매를 강요하는 범죄 역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 문제는 노동 착취다. 국무부는 한국에 약 20만명의 합법적인 외국인 노동자가 있지만 당국에 등록되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도 많다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베트남,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에 입국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알선 수수료로 빚더미에 오른다고 밝혔다. 동시에 일부 농촌 고용주들이 외국인 노동자에게 부적절한 환경에서 살도록 강요한다고 주장했다.
미 국무부는 특히 어선에서 강제노동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강조했다.
국무부는 피지나 태평양 먼 바다로 나가는 원양어선을 언급하며 한국이 노동 착취에 시달리는 동남아 어부들의 환승지점이라고 분석했다. 국무부는 한국 국적의 어선이나 한국인이 소유한 선박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상대로 과도한 노동을 강요하거나 월급을 제때 주지 않고 학대하는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이외 몸이 불편한 한국인 노동자가 염전이나 축사, 어선 등에서 강제 노동에 시달리는 사례를 언급했다. 동시에 지역 경찰들이 뇌물을 받고 이러한 성매매 및 노동 착취를 눈감아준다는 보고가 있었으나 입증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韓, 개선 노력 했지만 아직 기준 미달
지난해 국무부는 한국의 등급을 강등하면서 "2020년과 비교해 인신매매 관련 기소가 줄었고 정부가 외국인 인신매매와 관련한 장기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 국무부는 올해 보고서에서 한국의 등급을 2등급으로 유지한 이유에 대해 "한국 정부는 일부 핵심 영역에서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면서 불충분한 절차로 일부 피해자가 식별되지 않거나 충분한 서비스를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인신매매의 결과로 발생한 불법적 행위를 이유로 일부 피해자에 대한 처벌 가능성 등을 거론했다.
또 국무부는 "한국 정부는 이주 노동자에 대한 노동착취가 만연하다는 사례 보고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강제노동 피해자를 식별하는 어떠한 발표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당국자들은 인신매매를 다른 범죄와 계속 혼동하고 있으며 법원은 인신매매로 유죄를 받은 범죄자들에게 1년 미만의 징역, 벌금 혹은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한국에서 올해 1월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인신매매방지법)’을 시행한 점에 대해 "정부의 보호와 예방 노력 차원에서 인신매매에 대한 정의가 국제사회의 정의에 더 부합하도록 포함됐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형법상 인신매매 정의가 수정되지 않아 많은 비정부기구 등은 새 법이 인신매매의 기소와 유죄 판결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데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는 "한국은 인신매매 근절을 위한 최소 기준을 완전히 충족하지 못하고 있으나 이를 위해 상당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직전 보고서 평가 기간과 비교할 때 한국 정부의 노력이 전반적으로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은 21년 연속으로 3등급으로 분류됐다.
미 국무부는 북한이 "인신매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고 있지 않다"면서 수용소나 노동단련대 등의 조직들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으며 강제 노동에 따른 수익금이 정부 운영에 쓰인다고 지적했다.
북한 외에 3등급에 속한 국가들은 중국과 러시아 등 총 24개국이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대만, 필리핀 등 30개 국가 및 지역이 1등급을 받았고 일본, 스위스, 뉴질랜드 등은 한국과 같은 2등급에 포함되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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