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3년 만에 가본 중국, 상하이에 이젠 이런 게 없다(?)
지난주 중국의 리오프닝 이후 3년만에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와 한국의 DRAM반도체 공장이 있는 우시(无锡)를 다녀왔다. 예전에 “세계의 10년은 한국의 1년”이란 말이 한국의 변화를 표현하는 것이었지만 코로나 3년간 못 본 상하이 많이 변했고 없어진 게 많았다
첫째 동방항공 비행기의 기내 한국어 방송이 없어졌다. 코로나로 한국을 왕래하는 손님이 대폭 줄어들었고 한국승무원을 모두 짤라 버린 탓이다. 중국공항 입국서류가 앞 뒷면 2page나 된다. 3년전 생각하고 앞면만 작성하고 입국심사대에 섰다가 다시 작성하고 줄 서느라 입국 수속시간이 2배는 더 결렸다. 서울에서 비자발급시에도 지문과 안면사진 찍었지만 입국시에도 지문과 안면사진을 또 찍었다.
둘째 현금 받는 곳이 없어졌다. 택시, 마트, 카페, 호텔, 백화점 어디든 웨이신페이(Wecht Pay), 알리페이(Alipay)로 지급하는 핸드폰 결제이고 현금내면 종업원이 짜증낸다. 거스름돈은 기대 않는 게 좋다. 웨이신페이, 알리페이가 없는 외국인은 당장 택시타는 것부터 난관에 부닥친다. 코로나 3년간 상하이는 무현금사회(cashless society)로 변신했다
셋째 교통질서 안지키는 차량, 사람이 없어졌다. 중국은 교통질서 혼란스럽고 심지어 역주행까지도 서슴지 않고 무단횡단도 다반사였던 나라였는데 차량은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거리마다 설치된 CCTV의 힘이다. 신호위반, 속도 위반하면 카메라가 자동으로 인지해 바로 딱지가 날라오고 자동으로 벌점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중국의 도시 완벽한 감시사회(Monitoring society)로 변신했다
넷째 지지분한 거리, 화장실이 없어졌다. 상하이 현지인들은 잘 못 느낀다고 했지만 3년만에 가본 중국의 거리는 깨끗해 졌다. 상하이의 새로운 당서기는 환경공학 전공 영국박사 출신으로 칭화대 총장과 북경시 시장을 역임했던 천지닝(陈吉宁)이다. 코로나 3년간 환경위생문제가 국가적 이슈가 되면서 사회주의의 강한 사회통제력이 위생환경에 그대로 드러났다.
* 청결해진 중국 상하이거리
다섯째 상해 한국인 타운에 잘나갔던 한국인 소유 천사마트를 비롯한 한국마트는 싹 사라졌고 용휘마트(永辉超市), W마트 같은 중국마트가 들어섰다. 코로나로 인한 주재원 감소와 한국의 상하이 교민이 12만명에서 코로나기간 중에 1/10이하로 줄어든 때문이다.
여섯째 고속철도 탈 때도 기차표가 필요 없어졌다. 고속철도를 탈 때 승차권이 아니라 신분증으로 고속철도를 탄다. 중국인들은 신분증으로 외국인은 별도 창구에서 여권을 인식해서 입구통과하고 구입한 좌석에 앉아서 간다. 신분증으로 개찰구 통과를 하다 보니 기차안에서 역무원의 검표도 없다.
그리고 고속철도역 승차장 입구에는 명품을 파는 매장이 같이 있다. 중국인들의 기막힌 장사속이다. 미중이 전쟁 중인데 고속철도역사안 커피숍은 미국의 스타벅스가 입점해 있었다. 스타벅스의 대기 줄이 너무 길어 하마터면 고속철도 시간을 놓칠 뻔했다.
* 상해고속철도역 개찰구 옆의 BALLY 매장
중국경제는 지금 “립스틱 경제”다
중국이 리오프닝 했지만 중국의 경기는 서방의 기대나 중국정부의 기대만큼 화끈한 회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특히 대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실망이 크다. 그간 달러 박스였던 대중국수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최대 무역 흑자국이었던 중국이 적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젠 “중국은 끝났다”는 중국 피크론(peak china)이 한국언론에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중국의 상하이의 명품거리와 중국의 청년들이 많이 모이는 젊음의 거리를 둘러보고 주요 쇼핑몰과 식당을 살펴보았다. 아편전쟁이후 중국에 서방이 만든 조계지가 와이탄(外滩)이다. 와이탄은 명품점과 금융기관으로 변신했고 중국의 젊은이의 거리는 신천지(新天地)였다.
그런데 요즘 중국은 명품 쇼핑하러 와이탄(外滩)을 가면 외지 사람이고 상해사람들은 치앤탄 타이구리(前滩太古里)를 간다. 2010년 상해엑스포를 했던 자리를 밀고 새로운 명품브랜드 쇼핑센터와 음악당 체육관 같은 문화시설을 건설했다. 전세계 내노라 하는 명품점들이 모두 입점해 있고 멋진 카페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다.
경기 불황기에 최저 비용으로 품위를 유지하고. 소비자의 심리적 만족을 충족시켜줄 수 있는 상품이 잘 판매되는 현상을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라고 한다. 치앤탄 타이구리(前滩太古里)에도 사람은 많았지만 명품점에서 물건사는 사람은 별로 없었고 Shake Shack버거, NUDAKE 같은 음식료 점포에 만 사람들이 붐볐다.
*상해 치앤탄의 명품거리
요즘 상하이 젊은이들은 신천지(新天地)가 아니라 우리로 치면 신촌 같은 오각장부근의 대학로(大学路)에 몰려든다. 사람들이 붐빈 푸단대학 옆의 젊은이들의 거리, 대학로에도 입구에 있는 매운음식을 파는 훠궈와 마라탕집은 대기줄이 길었지만 정작 대학로 안쪽의 카페와 식당은 자리가 꽉 찬 곳이 별로 없었다. 치앤탄 타이구리(前滩太古里)와 대학로(大学路)를 돌아본 느낌은 중국은 지금 립스틱경제(Lipstick Effect)시대로 들어간 것으로 보였다.
* 중국 상하이의 젊은이의 거리 대학로(大学路)의 풍경
중국의 리오픈닝에 경기회복, 보복소비는 서비스와 음식료 소비가 중심이고 본격적인 상품소비는 아직 도래하지 않았다. 중국의 코로나 정책의 리오프닝은 12월에 본격 시작되었지만 국민들의 소비심리의 리오픈닝은 이제 시작이고 상품소비는 아직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자료: 국가통계국,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중국 기업인들은 “게(Crab)”띠다?
중국은 시진핑 3기정부들어 내수중심 성장을 내걸고 그간 규제 일변도였던 부동산과 플랫폼 산업규제를 모두 풀었고 금리인하를 단행했지만 내수소비는 기대보다 회복속도가 늦고 민간기업의 투자도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도, 투자도, 소비도, 심리다. 정책 규제는 풀었지만 한번 얼어붙은 투자심리, 소비심리는 풀어지지 않았다. 특히 중국은 코로나 3년중 특히 2022년에 과격한 도시 봉쇄를 하면서 정부정책의 신뢰를 잃어버린 “타키투스 함정(Tacitus Trap)”에 빠졌다. 중국의 14억 인민은 4월의 상해 봉쇄 10월의 북경봉쇄에 생업을 희생하고 충실히 따랐지만 11월의 카타르 월드컵을 보면서 멘붕에 빠졌다. 같은 오미크론인데 중국은 봉쇄하고 난리 쳤지만 카타르의 월드컵 관중들은 마스크 쓴 사람이 없었다. 14억의 인민들이 공산당 정부의 말과 정책에 의문을 품게 된 계기가 되었다.
중국정부는 2023년 3월 양회의에서 “두개의 흔들리지 않는 것(两个不要动)”을 강조하면서 국영과 민영기업의 공동발전을 의심하지 말라는 것을 지도자의 입을 빌려 강조했다. 이는 그간의 중국정무의 민간기업에 대한 정책에 대해 기업인들의 낮아진 기대와 위축된 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한 말이고 중국의 악화된 민영기업의 투자심리를 정부가 스스로 고해성사한 것이다.
중국은 최근 4여년간 민영기업에 대해 플랫폼기업을 중심으로 강한 규제를 들어갔다. 그 결과 플랫폼기업 주가가 폭락하고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들어가고 대주주들은 모두 회장자리를 내 놓았다. 중국에는 “중국기업인의 띠는 게(crab)띠”라는 말이 있다. 한번 뜨거운 물에 들어가 빨간 게는 다시 찬물에 집어넣는다고 해서 살아나지 않는다. 중국의 기업인들 정부가 무슨 소리해도 다시는 뜨거운 맛을 보기 싫어 서로 눈치만 보고 복지부동하고 있는 것이 중국의 민간투자가 살아나지 않는 한 이유이다.
그 많던 돈은 다 어디로 갔을까?
중국은 지금 GDP의 207%에 달하는 통화량을 풀었지만 분기말이면 기업들은 돈이 없어 절절 맨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려가서 그렇다고 하지만 그것도 맞는 말이 아니다. 중국은 부동산시장 규제를 지속해 부동산가격이 하락하고 있는데 돈이 몰려갈 이유가 없다. 주식시장 마찬가지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시중자금이 몰려갈 상황이 아니다. 돈의 유통속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돈이 어딘가에 계속 퇴장되고 있다는 얘기다
통화량은 GDP+CPI수준의 돈을 풀면 적정하다고 보는 데 그 이상을 풀면 과잉 유동성이다. 중국의 과잉 유동성을 추정해보면 2022년6월이후 중국정부는 두자리수의 통화증가율을 유지하고 있어 계속 과잉 유동성 상태이다.
그런데도 기업의 투자도 부동산도 주식시장도 살아나지 않고 있다. 금융완화를 하고 금리를 내려도 투자를 하려 들지 않는다. 이유는 투자심리다. 한번 충격 받은 심리는 회복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중국은 초저금리로 만성적인 자금수요초과 현상이 나타나는데 2022년들어 이상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 예금이 급증하고 있고 그 규모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동산과 증시침체로 자금이 투자대상을 찾지 못하자 안전한 은행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가 M2 통화량을 계속 늘리고 자금을 풀어도 돈은 실물로 가지 않고 다시 은행으로 돌아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자료: 국가통계국,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중국, 부동산이 살아야 진짜 내수회복이다!
중국의 지난 30년은 공업회로 이룬 경제성장이지만 미래 30년은 도시화로 성장을 이룰 전망이다. 1인당소득 1만2천달러대의 중진국, 중국 이젠 제조가 아니라 소비가 성장의 견인차다. 중국의 도시화율은 65%로 선진국의 80-85%선에 도달하려면 적어도 아직 20년은 더 걸릴 전망이다
중국은 지방정부도 부족한 재원을 토지사용권 매각을 통해 충당하고 있고 지방정부 예산의 76%에 달하고 있다. 개인들도 금리가 워낙 낮기 때문에 부동산에 저축한다. 그래서 중국은 땅을 국가가 소유하는 사회주의 국가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중국은 “부동산의 나라”다.
자료: 국가통계국,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중국 대도시의 부동산시장은 2016년9월 이후 투기수요 억제를 위한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과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급등세가 마무리되면서 안정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2020년 코로나 발생이후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대대적인 통화완화정책으로 주요 도시의 부동산가격이 다시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0년 중국정부는 소강사회 달성이후 새로운 국정 아젠다로 “공동부유론(共同富裕论)”을 꺼내 들었다. 그래서 다같이 잘살자는 데에 역행하는 업종에 강한 규제의 철퇴를 내리쳤다. 여기에 과도한 독점이익을 누리는 플랫폼업종, 과한 사교육으로 교육에서 빈부격차를 확대하는 사교육업종에 더해 투기를 조장해 사회갈등을 심화 시키는 부동산업종도 포함되면 부동산업종도 된서리를 맞았다.
2021년 기준 중국은 도시화의 진전으로 1,205만 명 이상의 인구가 농촌에서 도시로 몰려들고 있고 연간 결혼인구가 764만명이고 대졸자가 909만명이나 된다. 1인당 평균주택면적이 39.8m2 인 점을 감안하면 중국은 연간 960만채의 집이 필요한데 실제 완공주택은 612만채로 348만채가 부족하다. 중국의 부동산은 실수요가 뒷받침된 강한 수요지만 공급이 못 따라 가고 있는 만성적인 공급부족 상태다
자본주의 국가든 사회주의 국가든 부동산을 건드리면 버블이 생기기도 하지만 경기도 좋아진다. 부동산을 건드리면 철강과 시멘트 건자재산업이 바로 움직이고, 부동산이 완공단계에 들어가면 가구, 가전, 자동차산업이 움직이는 줄줄이 사탕효과가 있다. 중국은 경기하강이 지속되자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수량, 대출규제를 모두 풀었다.
부동산과 주식시장이 활성화되면 소비는 자동으로 살아난다. 중국은 최근 3년간의 부동산 규제, 코로나 규제로 자산의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죽었다. 중국의 진정한 내수경기회복은 부동산경기가 회복되야 진짜다.
자료: 국가통계국, 중국경제금융연구소
부동산투자심리는 정책과는 6~12개월의 시차가 있다.
2023년4월 현재 중국의 신규주택가격의 하락은 마무리되었고 신규아파트판매면적은 4월기준으로(+)로 돌아섰다. 하지만 기존주택가격은 여전히 하락세이고 중국의 아파트 재고면적은 아직 상승 중이다. 신규주택에서부터 봄볕이 들고 있지만 기존주택까지 도달하기에는 아직 1-2분기 더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자료: 국가통계국,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박사/칭화대 석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Analyst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haeneni@fnnews.com 정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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