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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보유국 지위 노린다..新냉전 전략적 틈새 활용"

北 유엔 군축회의서 "유엔 안보리 결의 인정한 바 없다"
北 "핵보유국 지위는 현실" 南 "대화중에 핵개발 뻔뻔"
北 "자위적 군사력 제고..." 南 "안보리 결의 위반 명백"
유사입장국과 외교적 연대 강화로 북 핵보유국 획득 차단해야
北 핵군축회의 가동은 핵보유국 인정...한국 배제 주도권 상실우려
외교·국방 당국, 北 핵보유국 지위 운운 때마다 매번 강력 대응해야

[파이낸셜뉴스]
北 "핵보유국 지위 노린다..新냉전 전략적 틈새 활용"
북한 "고체연료 사용 화성포-18형 첫 시험발사".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13일 공화국전략무력의 전망적인 핵심주력수단으로, 중대한 전쟁억제력의 사명을 수행하게 될 새형의 대륙간탄도미싸일(미사일) '화성포-18' 형 시험발사가 단행되였다"고 14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지난 15일(현지 시간) 열린 유엔 군축회의 패널 토의에선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놓고 남북 대표가 날 선 공방을 벌였다.

이날 화상 패널로 참가한 자오퉁 카네기칭화센터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현황을 설명하며 “역내 안정을 위해 동아시아 국가들이 북한이 추가 핵분열 물질을 생산하지 못하도록 공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가 엄연한 현실이라고 반발했고,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가 인정하지도 않을뿐더러 뻔뻔하고 터무니없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주영철 주제네바 북한대표부 참사관은 “북한의 주권적 권리를 포기하게 만들려는 인상을 준다. 해당 패널의 발언을 강하게 거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北 주 참사관은 “북한의 자위적 군사력 제고는 적대 세력의 위협을 억지하기 위한 정당한 권한”이라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대해 “한 번도 인정한 바 없다”고 발언했다.

그는 또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여타국이 인정하든 말든 부정할 수 없는 극명한 현실”이라고 주장하면서 “적대적 환경이 완전히 뿌리 뽑힐 때까지 강력한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것”이라는 위협도 잊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윤성미 주제네바 한국대표부 군축회의 대표는 북측에 "안보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할 의무 등을 규정한 유엔 헌장 제25조 등을 읽어보라"며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개발은 여러 안보리 결의를 어긴 것이며 국제사회는 절대 북한의 핵 보유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사는 “북한은 30년 넘게 한미연합훈련 여부와 무관하게 핵·미사일을 개발해 왔고 심지어 비핵화 대화가 진행되는 중에도 뻔뻔하게 핵 물질을 계속 생산한 바 있다”고 추가 답변권을 얻어 받아쳤다.

그러면서 “북한이 책임을 전가하고 안보리 결정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뻔뻔하게 말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지적하고 “모든 책임은 무모한 핵 도발과 핵 공갈을 지속하는 북한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강조했다.

北 "핵보유국 지위 노린다..新냉전 전략적 틈새 활용"
2023년 3월 2일(현지시간) 유엔 제네바 사무소 E빌딩에서 유엔 군축회의 고위급회기 회의가 4일째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 "한반도서 군축 논의는 북 핵보유국 인정 꼴"

반길주 서강대 국제지역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번 유엔 군축회의에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노림수가 드러났다"며 북한 주 참사관의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는 여타국이 인정하든 말든 부정할 수 없는 극명한 현실”이라는 사실상 도발 언사에 주목했다.

이는 북한이 회색지대전략을 통해 부지불식간에 핵무력을 완성했고, 이제는 핵보유국 지위 기정사실화에 나선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며, 이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막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급부상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는 분석이다.

반 책임연구원은 이를 막기 위해 우선 "△한국은 유사입장국과의 연대를 가속화하면서 핵보유국 지위 부여의 여지를 북한에 절대로 허용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유사입장국뿐 아니라 아프리카, 태평양도서국 등 기존에 관심이 덜했던 국가들과도 외교적 지대를 확장하면서 창출된 외교 레버리지를 활용해 북한의 핵보유국 획득 전략을 무력화시키는 연대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반 책임연구원은 "△군축의 한계를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핵무력을 완성한 북한이 군축회의 패널 토의에 참가해서 핵보유국 지위를 운운하는 것은 역으로 한반도에서 핵군축회의가 가동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경고를 제공해 주는 함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이미 핵무장을 완료했으니 그 위협을 줄이기 위해 핵군축이 필요하다는 국내외 일부의 주장이 있으나 이는 묵과할 수 없는 어불성설이라는 점이 이번 북한의 주장으로 확인되었다는 얘기다.

■반길주 "북, 핵보유국 주장 근본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반도에서 핵군축회의가 가동된다면 북한이 노리는 핵보유국 지위 획득이라는 목표 달성의 길을 열어주는 꼴이 되고 만다. 한국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핵군축회의의 당사자에서 배제돼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권을 상실하는 함정도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나아가 9·19군사합의는 남북 간 상호 운용적 군비통제였지만 결과적으로 한반도 긴장 완화보다는 '자승자박' 격으로 한국군만 대북 억제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때문에 군비통제의 장점과 단점을 명확히 파악해서 정책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진단이다.

그러면서 반 책임연구원은 "△외교·국방 당국은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운운할 때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성명 혹은 메시지를 매번 내야 한다"고 지적하고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할 때 가만히 있으면 회색지대 역학이 가동되어 결국에는 점진적으로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가 인정되는 수순으로 이어지는 함정에 빠질 수 있음을 근본적으로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北 "핵보유국 지위 노린다..新냉전 전략적 틈새 활용"
2023년 1월 27일 유엔 제네바 사무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