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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회사에서 정년퇴직자의 기간제 근로자 재고용 관행이 이어져왔다면 별다른 규정이 없어도 계약갱신 기대권이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983년부터 포스코에서 경비업무를 하다 2005년 5월 분사 정책에 따라 설립된 사설 경비업체로 전직했다. 그런데 포스코 하도급업체 직원들이 고철을 덤프트럭으로 무단 반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 때 A씨가 근무하는 초소를 통과해 밖으로 나갔다. 회사는 2차례 고철 반출 트럭을 검문검색하지 않고 통과시켰다며 방조 혐의로 2013년 8월 A씨를 징계면직했다. A씨는 회사의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했고 지방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부당해고로 인정받았다.
이후 A씨는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하고 밀린 임금을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문제는 밀린 임금을 얼마로 인정할지가 쟁점이었는데, 이 회사는 근로자 정년을 만 57세로 정하되 정년 이후 기간제 근로자로 다시 고용해 만 60세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관행처럼 운용했었다. 이에 따라 A씨는 정년 이후 기간제 근로자로 취업할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되므로, 계약직으로 일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까지 달라고 주장했다.
1심은 정년 이전까지의 임금 일부는 인정했지만, 정년 이후 기간에 대한 임금 청구는 기각했다. 정년퇴직 후 당연히 재취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권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에서다. 반면 2심은 정년 이전 기간은 물론 정년 이후 기간에 대해서도 청구를 일부 인용했다. 기간제로 재채용된 이후 1년 또는 6개월 단위로 거듭 재채용 평가를 받았더라도 계약이 갱신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재채용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었다고 봤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상당한 기간 동안 정년퇴직자가 재고용을 원하는 경우에는 예외 없이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됐다"며 "회사와 근로자들 사이에는 정년에 이르더라도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재고용 취지의 규정이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재고용 관행이 확립되어 있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는 그에 따라 정년 후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며 "A씨는 정년 후 피고의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진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원심이 원고에게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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