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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최대 511개 점포 입점… "없는 것 빼고 다 있당께"[길 위에 장이 선다]

12 광주 말바우시장
2·4·7·9일로 끝나는 날마다 정기 시장
장날에만 하루평균 2만5000명 이용객
총 392면 대형마트 못지않은 주차공간
전기차 충전소·공연무대 등 시설 갖춰
광주부터 인근 담양·곡성·장성·순천 등
각종 농수축산물·공산품 판매로 ‘북적’
팥죽·냉면·회·빈대떡 등 곳곳에 먹거리
최근 30~40대 젊은 세대 이용도 늘어

호남 최대 511개 점포 입점… "없는 것 빼고 다 있당께"[길 위에 장이 선다]
광주 북구 우산동에 위치한 말바우시장은 단일 시장으로는 호남 최대 규모인 511개 점포가 입점해있다. 말바우시장을 이용하는 사람은 연간 500만~600만명에 달한다. 장날의 경우 일 2만5000명, 장이 서지 않는 날은 5000명이 발걸음한다. 광주광역시 북구청 제공

호남 최대 511개 점포 입점… "없는 것 빼고 다 있당께"[길 위에 장이 선다]
말바우시장 상인회는 제3주차장을 만남과 문화놀이공간으로 활용하고자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오후 7시 영화를 상영하는가 하면 봄과 가을철 중심으로 연간 6~7회 전통시장 살리기 공연을 펼친다. 상인회 제공

호남 최대 511개 점포 입점… "없는 것 빼고 다 있당께"[길 위에 장이 선다]
시장상인회는 여름이면 대형 어린이 풀장을 운영하고, 인근 상가의 협조를 얻어 장어 잡기 대회도 연다. 상인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광주=황태종 기자】광주광역시 북구 우산동에 위치한 말바우시장은 2·4·7·9로 끝나는 날 장이 서는 정기시장으로, 한 달에 12번 장이 펼쳐진다.

그래서 시장 상인들은 2·4·7·9를 조합해 '친구사이'라는 뜻의 '79사2' 브랜드를 만들어 홍보한다. 또 '좋은 것만 주고 싶은 어매의 사랑으로 넉넉한 인정을 사고파는 광주 최대의 감성장터'라고 강조한다.

지난 14일 말바우시장 상인회장을 맡고 있는 박창순 목포신용수산 대표를 만나기 위해 이정표를 따라 자동차를 운전하고 제3주차장에 들어선 순간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못지않은 넓은 주차공간에 깜짝 놀랐다.

박 회장은 "말바우시장엔 1주차장(76면)·2주차장(48면)·3주차장(268면) 등 총 392면의 주차공간이 있어 장날을 비롯해 평일에도 시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부족함이 없다"면서 "특히 제3주차장은 시장 한복판에 위치해 시장 곳곳에서 장을 보고 난 후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라고 자랑했다.

동석한 김행범 광주광역시 북구청 시장지원팀장도 "전국 전통시장 중 시장 한복판에 대규모 주차장이 있는 곳은 말바우시장이 유일하다"라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문인 광주시 북구청장의 남다른 전통시장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라고 덧붙였다.

■180억원 투입해 제3주차장 개장

실제로 광주시 행정부시장을 역임한 문인 북구청장은 지난 2018년 취임하자마자 광주지역 5개 구청 가운데 유일하게 부서 명칭에 시장을 넣어 '시장산업과'를 신설하고 산하 '시장지원팀'에 관내 4개 전통시장과 4개 전문상점가를 책임지도록 했다.

또 전통시장의 가장 큰 약점인 주차장 확충에 나서 국비 108억원과 시비 36억원, 구비 36억원 등 총 180억원을 들여 지난 2021년 3월 제3주차장을 개장했다.

총면적 1만541㎡의 주차장엔 전기차 충전시설 6대, 공중화장실, 공연 무대가 갖춰져 있다. 특히 각 주차면을 일반 주차장 보다 폭이 40㎝가량 넓은 확장형으로 조성,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을 받아 장애인과 어르신들이 편리하기 이용하도록 했다.

시장 상인회도 제3주차장을 만남과 문화놀이공간으로 활용하고자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 오후 7시 영화를 상영하는가 하면 봄과 가을철 중심으로 연간 6~7회 전통시장 살리기 공연을 펼친다. 또 여름이면 대형 어린이 풀장을 운영하고, 인근 상가의 협조를 얻어 장어 잡기 대회도 연다. 상인회는 공연 무대를 전남대, 동강대 등 시장 인근에 위치한 대학교 학생들이 공연 무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할 계획이다.

■70년대 노점상에서 출발해 광주 대표시장 우뚝

박 회장은 "말바우시장은 지난 1970년대 동신자동차운전학원을 둘러싼 700~800m의 길에 들어선 불법 노점상에서 시작됐다"면서 "당시 북구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서방시장의 임대료가 계속 오르면서 이를 감당하지 못하거나 아예 시장에 점포를 얻기조차 힘든 상인들이 속속 모여들면서 시장이 자연스럽게 생겨났다"라고 설명했다.

말바우시장이라는 이름도 이때 비롯됐다고 한다. 두 가지 속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이었던 김덕령 장군이 말을 타고 훈련할 때 도착한 장소로, 말이 바위 위로 힘껏 발굽을 내디뎌 말발굽 모양으로 움푹 패어 말바위(전라도 말로는 말바우)라고 불리는 곳 주변에 시장이 형성돼 말바우시장이라고 불렀다는 설이다. 말바위는 도시개발 과정에서 없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또 하나는 시장 앞으로 가로지르는 동문대로(광주시 북구 풍향동 서방사거리에서 망월동을 잇는 도로로, 광주시와 전남 동부권을 연결하는 도로)가 확장되기 전 말처럼 생긴 큰 바위가 있었는데, 아이들이 바위에 걸터 앉아 말 타는 시늉을 하며 놀았다고 해서 말바위라 불렸으며 그 주변에 시장이 형성돼 말바우시장이 됐다는 설이다.

이후 말바우시장은 경륜과 경험이 풍부한 상인들을 중심으로 양질의 상품을 저가로 공급하면서 성장을 거듭했고 마침내 20여년 만인 1995년부터 매출액이 서방시장을 앞질렀다고 한다.

이어 지난 2005년 정부 지원이 가능한 '인정시장'으로 등록되면서 매출이 2~3배 증가하는 등 2008년부터 현재까지 국비와 시비, 구비 등 총 370억원이 투입되면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장 상인들이'시장상인자체봉사단'을 운영하는 등 주민들과 소통에 힘쓴 것도 한몫했다. 상인들은 시장 주변 청소는 물론 소음, 악취, 쓰레기 투기 등 주민들의 민원을 신속히 해결하려고 총력을 기울였다. 또 1999년에는 상인회를 구성해 상인 복지 증진과 시장 기능 활성화에도 매진했다.

■연간 이용객 500만~600만명 달해

그 결과 말바우시장은 단일 시장으로는 호남 최대 규모인 511개 점포가 입점해 있는 광주지역 대표 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11개에 달하는 출입구를 통해 시장을 이용하는 사람은 장날의 경우 2만5000명, 장이 서지 않은 날 상설점포 이용객 5000명 등 연간 500만~600만명에 달한다.

시장 이용객은 60대 이상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시장 주변에 4000여세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30~40대도 유입되는 등 가족 단위 고객이 많이 늘고 있다.

시장을 둘러보니 점포 수 기준 호남 최대 규모 시장답게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라는 말이 실감날 만큼 광주뿐만 아니라 인근 담양, 곡성, 장성, 화순, 순창 등에서 생산한 농수축산물을 비롯해 떡, 반찬·젓갈·어묵 등 식품, 건어물, 홍어, 장어, 생선, 굴비, 김치와 함께 의류, 신발, 모자, 이불, 각종 그릇, 화장품 등의 공산품이 펼쳐져 있었다.

특히 할머니들이 직접 재배한 싱싱한 채소를 내다판다고 해서 명명된 '할머니 골목'에선 수많은 할머니들이 소중히 키운 농산물을 팔고 있었다. 김행범 북구청 시장지원팀장은 지금은 농번기 때라 할머니들이 적지만 많은 때는 150~180명에 달한다고 귀띔했다.

더욱이 시장 곳곳에는 맛집이 위치해 어린아이부터 나이 든 어르신까지 시장을 둘러보면서 시장할 겨를이 없을 정도다. 저렴한 가격에 팥죽·동지죽·칼국수·냉면·콩물국수를 판매하는 '미성팥죽', 2만~3만원짜리 싱싱한 활어회 안주에다 소주값이 2000원에 불과해 대학생부터 나이든 어르신까지 손님이 줄을 서는 '득량만횟집', 시장 입구에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돼지 국밥집인 '자라봉국밥'과 '말바우국밥', 생고기비빔밥과 갈비탕이 맛있는 '말바우주차장구내식당' 등에는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곳곳에 맛집… 아케이드 확대 등 편의 증진

다양한 종류의 빵과 과자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동신빵할인점'과 '버들베이커리', 각종 홍어요리를 앞세운 '전라도홍어망월상회', 낚시로 잡은 갈치를 구이와 조림으로 제공하는 '방울식당'도 유명세를 치렀다.

수제 돈가스, 전통과자, 찹쌀 꽈배기, 만두, 빈대떡, 전 등 다양한 간식 집과 1000원 식당도 눈에 띄었고, 광주 대표 음식인 오리탕과 보리밥, 그리고 상추에 튀김을 싸 먹는 상추튀김을 판매하는 상점도 성업 중이었다.

박 회장은 "말바우시장은 골목형 시장이다 보니 몇몇 전통시장처럼 유명 먹거리 골목을 조성해 특화하기 힘들지만, 시장 곳곳에 먹거리가 분산 배치돼 오히려 고객 만족도가 높다"면서 "일부 상점에선 가격이 싼 숭어를 무한리필해 주는가 하면 소주 1~2병을 공짜로 주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말바우시장에는 방앗간이 무려 12곳에 달하는데, 저마다 장날에 단골손님이 찾아와 서로 안부를 확인하고 이런저런 소식을 전하는 커뮤니티 공간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상인과 고객, 고객과 고객이 친구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말바우시장은 시설 개선에도 힘써 비나 눈이 와도 편하게 장을 볼 수 있는 아케이드(비가림막)을 시장 주요 통로 3개 구간에 설치한데 이어 오는 10월 1개 구간에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hwangta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