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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美 인플레 추가 비용에 허리휘는 韓 기업들

[fn사설] 美 인플레 추가 비용에 허리휘는 韓 기업들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건설 현장 /사진=뉴스1

미국의 파격적인 지원 약속을 믿고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고 한다. 팬데믹 이후 치솟은 물가로 예상치 못한 추가 비용이 늘면서 진퇴양난을 호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정부는 미국 제조업 부흥을 노리며 해외 기업들의 자국 유치를 주도했다. 더욱이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새 판을 짜면서 동맹국 핵심 기업들을 대거 빨아들였다.

해외 각국 기업들이 앞다퉈 진출하면서 현지 일손부족이 갈수록 심해졌고, 이 역시 인건비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 됐다. 이달 기준 미국 전역의 건설 인건비는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20%가량 올랐다. 건설에 필요한 자재비도 말할 것 없다. 미국 전국건설업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자재비가 3년 새 40% 가까이 인상됐다. 이런 여파로 앞장서 미국으로 갔던 한국 기업들이 사업 경쟁력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에너지솔루션 등이 미국의 대규모 지원 약속에 적극 호응한 기업들이다.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분야 한국 대표 업체일 뿐 아니라 4차 산업 글로벌 간판 기업들이다. 이들을 미국으로 불러오면서 바이든 정부가 제시했던 파격적인 보조금도 기대와 딴판이었다. 사실상 영업기밀을 요구한 것과 다름없는 까다로운 보조금 수령조건은 지금까지도 조율 중이다. 미국이 동맹국 기업의 신뢰를 저버렸다는 비판은 절대 과한 것이 아니라고 본다.

공장을 다 짓고도 만만치 않은 지출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금 같은 인건비 상승세로 볼 때 미국 현지 반도체 생산원가가 국내보다 20% 더 들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170억달러를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당초 이 수준이면 충분할 것으로 봤지만 이제는 80억달러를 더 들여 약 250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한다. 이렇게 되면 보조금 수령도 의미가 없다. 여러 가지로 기업 입장에선 설상가상이다.

한국 핵심 기업들의 미국 진출은 국가 전체 이익을 고려한 전략적 결정이었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의 어려움을 세심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기업 피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정부는 적극 외교력을 발휘해주기 바란다. 어느 때보다 민관 원팀 협력이 절실한 시기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