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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충전소 공유로 '우군' 얻은 테슬라

[테헤란로] 충전소 공유로 '우군' 얻은 테슬라
지난 1980년대에 가정용 VCR이 본격 보급될 무렵 소니의 베타맥스와 JVC의 VHS가 시장 점령을 위한 포맷 경쟁을 벌였다. 소니는 더 좋은 화질을 선전했으나 테이프 1개에 최대 9시간까지 녹화가 가능했던 JVC에 시장에서 밀리기 시작했다. 소니는 결국 고집을 버리고 VHS 테이프 재생이 가능한 VCR을 생산해야 했다.

2000년대에 들어 고화질(HD) DVD 포맷 경쟁에서는 디스크 한면에 10GB를 더 저장할 수 있는 소니의 블루레이가 마이크로소프트가 후원한 도시바의 HD DVD를 제치고 자리 잡았다. 소니는 영화사를 소유해 극장 개봉 영화를 블루레이로 출시하기가 수월하고 플레이스테이션 게임과도 호환성이 있어 유리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기업으로 알려진 넷플릭스는 고화질 DVD 우편 대여에서는 블루레이만 취급하기로 결정하면서 소니 편을 들어줬다.

VCR과 고화질 DVD를 연상시키는 포맷 경쟁이 현재 전기차(EV) 충전 방식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이달 테슬라가 자사 전기차 전용 급속충전기인 '슈퍼차저'를 내년부터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전기차들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서로 합의됐다.

포드와 GM은 2025년형 전기차부터는 테슬라의 충전포트인 NACS를 장착시켜 출고할 방침이다.

테슬라에 포드, GM까지 합치면 3사의 미국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72%다.

미국 자동차 '빅3' 중 2개 기업을 끌어들임으로써 테슬라는 충전기 표준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오르게 됐다.

또 앞으로 포드와 GM 전기차 소유주들이 슈퍼차저에서 충전할 때마다 테슬라는 추가 매출을 거두게 된다.

테슬라는 미국에만 충전기 1만2000개를 비롯, 전 세계에 약 4만5000개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전기차 충전소 설치 때 지급되는 연방정부 보조금은 아직 글로벌 표준인 CCS 어댑터를 사용할 경우만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포드와 GM이 적극적으로 로비 활동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드와 GM이 테슬라의 우군이 된 것은 전기차 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인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국제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