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직후 연인을 살해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보복살인) 혐의를 받는 김모씨가 1일 서울금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3.6.1/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헤어진 여자친구의 데이트폭력 신고에 화가 나 살해한 남성 김모씨(32)가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보완 수사를 통해 김씨가 피해자 상반신을 몰래 촬영하고 협박까지 한 것을 추가로 파악했다.
서울남부지검 전담수사팀(팀장 형사3부장 권현유)은 김씨를 구속 기소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청구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감금, 폭행, 재물손괴, 사체유기, 상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등, 촬영물등이용협박) 혐의를 받는다.
데이트폭력이 살인으로
김씨는 지난 5월 26일 오전 7시 17분께 서울 금천구 시흥동의 상가 지하주차장에서 헤어진 여자친구인 A씨(47)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가 됐다.
김씨는 약 1년간 피해자와 연인 사이로 지내며 서울 금천구 소재 피해자 집에서 주로 생활했다. 하지만 지난 5월 21일 피해자가 김씨에게 이별을 통보했고 이후 4일 정도 김씨는 피해자 집 근처 PC방 등을 전전하며 피해자 곁을 떠나지 않았다.
급기야 지난 5월 26일 새벽 김씨는 피해자를 찾아와 재회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폭행 등이 있었고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까지 하게 됐다. 출동한 경찰은 김씨를 임의동행했으나 오전 6시 11분께 귀가 조치했다.
경찰서를 나온 이후 김씨가 향한 곳은 전 연인인 피해자 A씨와 자주 방문했던 PC방이었다. 그곳 주차장에서 A씨의 차량이 주차된 것을 확인한 김씨는 그가 조사를 마치는 대로 이곳으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김씨는 A씨의 집에서 흉기를 가지고 나와 주차장에서 기다렸다. 이후 경찰 조사를 마치고 자신의 차량으로 걸어오던 A씨를 김씨는 7시 17분께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A씨가 조사를 마치고 나온 뒤 불과 10분이 지난 시간이었다.
이어 김씨는 아직 숨이 붙어있던 A씨를 차량에 싣고 차를 몰아 주차장을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지만 이내 A씨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판단해 자신의 주거지인 파주로 차를 돌렸다. 김씨는 파주를 배회하다 살해 이후 8시간여 만인 이날 오후 3시 25분께 경기 파주시에서 한 야산의 공터에서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온 경찰에게 체포됐다.
사건을 수사한 서울 금천경찰서는 지난 5월 28일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받았고, 지난 1일 검찰로 송치했다.
[서울=뉴시스]동거하던 4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차에 태워 도주한 30대 남성이 지난 26일 서울 금천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2023.5.26.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범행 전 '살인계획' 검색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려 김씨와 피해 여성의 휴대폰, 차량 블랙박스에 대한 추가 디지털포렌식 분석, 인터넷 검색·채팅 메시지 분석, 대검 통합심리 분석, 도주 동선에 대한 추가 현장검증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김씨가 사건 발생 전 피해자로부터 이별을 통보받은 뒤 폭력사건으로 경찰에 신고되자, 이를 보복할 목적을 갖고 계획적으로 살해한 사실을 규명했다.
검찰 조사 결과 김씨는 살인 범행 전부터 인터넷에 '살인', '살인 계획', '여자친구 폭행', '도어락 비번 분실' 등을 검색했다.
과정에서 김씨는 이전에 피해자의 상반신을 몰래 촬영해 보관하고 있던 사진을 전송해 이를 유포하겠다며 피해자를 협박한 것으로 파악돼 검찰은 관련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아울러 검찰은 대검 과학수사부 법과학분석과 심리분석실의 통합심리분석 등을 통해 김씨가 폭력범죄 재범 위험성이 높다는 것을 규명했다.
검찰은 김씨가 피해자에게 경제적 의존성은 높은 반면, 피해자에 대한 지배 및 통제 욕구가 상당해 적대감이 누적되기 쉬운 심리적 구조를 가졌다고 판단했다.
이에 피해자와의 관계 단절 및 경찰 조사에 따른 수치심과 자존감 손상이 강렬한 보복 형태로 발현돼 살인 범행으로까지 이어진 것으로 분석했다.
검찰 관계자는 "죄에 상응하는 엄정한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철저히 공소수행하는 한편, 2차 피해 방지 및 피해자 지원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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