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년 만기 LPR 내려 소비 활성화
- 5년 만기 LPR 인하, 부동산 회복
- 하반기 지준율 인하 가능성
중국의 한 쇼핑 거리. 사진=정지우 특파원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경기 둔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중국이 1년·5년 만기 사실상 기준금리를 동시에 인하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있지만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 컸다. 청년실업률은 역대 최고치를 잇따라 경신하고, 소비·생산·투자·수출 등 실물경제 지표도 기대에 못 미쳤다.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올해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낮추고 있다. 중국의 목표치는 ‘5% 안팎’이다.
1년 만기 LPR 내려 소비 활성화
20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6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기존 3.65%에서 0.1%p 인하한 3.55%로 홈페이지를 통해 고시했다. 5년 만기 LPR도 기존 4.3%에서 4.2%로 0.1%p 낮췄다. 이로써 1년·5년 만기 LPR은 올 들어 6개월, 작년부턴 8월 이후 10개월 만에 하향 조정됐다.
LPR은 명목상으로는 10개 지정 은행의 최우량 고객 대출금리 동향을 취합한 수치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모든 금융 기관이 이를 대출 영업 기준으로 삼아야 해 실질적으로 기준금리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1년 만기 LPR은 신용대출, 기업대출 등 광범위한 대출 상품에 영향을 준다. 기업의 단기 유동성 대출이나 소비자 대출 금리와 관련이 있다. 5년 만기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가격 책정 기준이 되고 제조업의 투자 대출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장기 금리다.
중국 당국이 1년·5년 만기 LPR에 함께 손을 댄 것은 소비 활성화와 부동산 시장 회복, 기업과 제조업 유동성 공급이라는 네 가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1년 만기 LPR 인하하면 소비자 대출상환이자율이 내려가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언제든지 쓸 수 있는 돈 즉, 가처분소득도 늘어난다. 중국 1·4분기 1인당 가처분소득 실제 증가율은 1년 전과 견줘 3.8%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0 성장률 4.5%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현재 중국의 저축 분위기를 소비로 돌릴 수도 있다. 자동차나 주택 등 대형 상품에 대한 소비를 늘리도록 자극할 수 있다고 차이신 연구원의 우차오밍 부원장은 중국 매체 증권일보에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초 제로코로나를 폐지하고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선언했으나, 소비 심리는 여전히 조심스럽다는 것이 지표로 확인된다. 1~5월 가정 예금은 9조2000억위안(약 1646조원)으로 집계됐다. 작년보다 1조4000억위안 증가한 규모다. 당국 정책의 불확실성과 신뢰도 하락 등에 아직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의미다.
저축이 증가하는데 시중에서 돈을 쓰기를 기대하긴 어렵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5월 들어 전년동월대비 12.7% 늘었다. 3개월째 두 자릿수 증가율을 유지했지만 시장 전망치 13.7%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인구 2500만의 경제수도 상하이가 봉쇄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저효과가 작용해 보다 큰 수치가 나왔어야 한다.
중국의 한 공사 현장. 사진=정지우 특파원
5년 만기 LPR 인하, 부동산 회복
5년 만기 LPR도 개인이 매달 갚아야 할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이다. 주택구입비용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있어 부동산 시장 회복에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아울러 개인이 현금 흐름 압력을 개선하는 효과도 가져오기 때문에 여유가 생기면 소비 활성화도 기대 가능하다.
부동산 시장의 냉기는 소비 부진과 함께 현시점에서 중국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1~5월 부동산 개발 투자 증가율은 -7.2%로 기록됐다. 지난해 12월(누적) -10%로 최저치를 찍은 뒤 올해 2월 -5.7%로 ‘반짝’ 회복했으나 다시 3개월째 떨어지고 있다. 일부 외신은 ‘백약이 무효인 상황’으로 표현하고 있다.
경제매체 차이신은 2014~2020년 통계를 근거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떨어지면 주민들의 주택구입 비용이 감소하고 주택 가격 상승 부양책과 맞물려 (집값 상승을 기대하는) 주민들의 주택 구매 속도가 빨라졌다”면서 “2015년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지속적 하락 이후 주택판매면적의 전년대비 성장률은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반기 지준율 인하 가능성
다만 LPR 인하를 과대평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수요 부족은 중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이며, 원인은 복잡하고 종합적이므로 LPR 인하가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취지다. 미국의 대중국 견제는 끝나지 않았고, 글로벌 경제도 회복 전이다.
중신증권은 연구 보고서에서 “3·4분기 은행의 지급준비율이 하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구조적 통화 정책 수단이 다음 방향이 될 수 있으며, 재정정책을 통해 세금과 수수료를 낮출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지준율은 은행이 고객으로부터 받은 예금 중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하는 현금 준비 비율을 말한다. 이를 낮추면 은행은 자금에 여유가 생기기 때문에 시장에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다. 금리 인하와 함께 대표적인 통화 완화 수단으로 꼽힌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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