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산은 본점에서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 개최
대한항공 아시나아 결합 무산 이후 대비하기보다 현재 합병 통과에 온 힘 쏟아야 할 때
직접 해외 경쟁당국 설득 동시에 국내 정부부처에 지원 요청..3분기에 결론 기대
HMM 지분 매각 관련 인수 관심 기업들 적지 않아...유효 경쟁 만들어 낼 수 있어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췽미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산업은행
[파이낸셜뉴스] 강석훈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20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무산에 대한 '플랜B'는 없다"며 "지금은 무산 이후를 대비하기 보다 합병에 온 힘을 쏟아야 할 시기"라고 밝혔다.
강 회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무산될 경우 어떤 대비책을 갖고 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현재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신고 완료는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 2020년 11월 산은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을 결정한 지 2년 반이 지났다. 기업결합 신고대상 13개국 중 10개국에서 심사가 끝났고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3개국의 결정만 남은 상태다.
강 회장은 올들어 해외 경쟁당국 설득과 국내 정부부처에 대한 지원 요청 등을 통해 기업결합 심사 통과에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올해 1월 EU 경쟁당국, 지난 5월 미국 법무부(DOJ)와 만나 합병 필요성을 강조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과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 정부부처에게도 이번 일에 관심을 갖고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논의가 2년 이상 지속되고 있어 상황 판단이 어려운 건 분명하다"면서도 "이르면 올해 3·4분기 중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경쟁당국들이 기업결합 심사 승인 조건으로 해당 국가 노선의 슬롯 반납을 요구할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장거리 노선에 대한 시장 지위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항공사가 합병을 하면 슬롯 축소 문제가 나올 수 밖에 없다"며 "문제는 슬롯 축소 자체가 아니라 슬롯 축소 규모이며 산은은 슬롯 축소 규모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HMM 지분 매각 관련해 "HMM 인수에 관심 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며 "산은이 노력하면 유효 경쟁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은 지난 1월 HMM 지분처리에 대한 관계기관 협의를 끝내고 지난 4월 매각 자문사를 선정해 기업실사 및 잠재 매수자 물색, 최적의 거래구조 설계 등 매각 컨설팅을 진행중이다.
강 회장은 "조만간 컨설팅에 대한 최종결론이 확정될 예정"이라며 "매각 자분사에서 다수의 전략적 투자자를 대상으로 인수 의향을 태핑 중이며 매각작업이 차질없이 수행된다면 연내 SPA 체결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로 산은의 재정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과 관련 강 회장은 산은의 재무구조가 외부 요인에 취약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한전의 1조원 손실이나 HMM 주가 1000원 하락이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7bp(1bp=0.01%포인트) 떨어뜨린다"며 "실질적으로 1조8000억원 정도 자금공급 여력을 감소시키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그는 "올해 하반기 후순위채 7000억원을 추가 발행해 자본을 확충하고 수익성 제고를 통해 스스로 자본을 늘리는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며 "현금 출자와 현물 출자까지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고 정부와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강 회장은 "한국형 테마섹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며 "국내 대표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은 자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와 딜 소싱 능력을 활용하여 한국형 테마색 역할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오일 머니에 의존하던 산유국들은 석유가 필요 없어지는 시대를 대비해 국부 펀드를 중심으로 해외 투자를 통해 국가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는 테마섹이라는 국가 투자 지주회사를 통해 전 세계 수많은 기업의 지분을 사들이고 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면서 국가의 미래 산업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강 회장은 "우리도 국가 전략산업에 꼭 필요한 해외 기업에 대하여 직접 투자를 늘릴 수 있도록 정부, 국회, 산업은행, 한국투자공사, 국민연금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강조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