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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벼랑끝 중소상공인에 맞춤형 지원책 서둘러야

연체율·폐업 지표들 비상
최저임금 속히 결론내야

[fn사설] 벼랑끝 중소상공인에 맞춤형 지원책 서둘러야
서울 중구 황학동 주방거리에 중고 주방물품들이 쌓여있다. /사진=뉴스1


중소상공인 위기가 올 하반기 경제침체에 메가톤급으로 작용할 우려가 커졌다. 위험 징후가 한둘이 아닌데 문제가 터질 때까지 두고 보자는 안이한 분위기다. 당장 은행 연체율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4·4분기 기준으로 자영업자들이 은행에서 빌린 돈은 1019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연체율은 0.26%로 코로나 사태 초기인 2020년 2·4분기(0.29%)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높다.

더 큰 위기 징후는 소기업·소상공인의 생활안정과 노후보장을 위한 공적공제 제도인 '노란우산'에 있다. 소기업 소상공인은 원래 퇴직금이 없다. 그래서 노란우산을 노후보장을 위한 최후 보루라고 하는데 폐업에 따른 공제금 지급액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5월 폐업 공제금 지급건수는 지난해 동기보다 51.3%, 지급액은 66.4%나 늘었다. 이런 추세로 가다간 연간 지급건수가 10만건을 돌파할 태세다.

문제는 올 하반기에 중소상공인 존립을 위협할 요인이 즐비하다는 점이다. 여름 전기료, 최저임금, 근로기준법 적용, 채무상환 등 굵직한 이슈만 따져도 엮인 굴비처럼 많다. 정부는 이 시점에서 중소상공인을 위해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을 분명히 가려야 한다.

우선 최저임금부터 입장을 명확히 정해 결론을 내려야 한다.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최저임금 인상률과 업종별 혹은 지역별 차등 적용방안을 매듭지어야 한다. 논의를 오래 한다고 능사는 아니다. 올 하반기가 어쩌면 중소상공인들에게 최대 위기가 될 수 있는데 결정 지연은 직무유기다. 여름철 각 영업점에 날아올 전기료 고지서도 부담이다. 상공인들로서는 분할납부와 할인의 여지가 있는지도 살펴보는 게 좋겠다.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근로기준법을 확대 추진하는 것도 소상공인에겐 악재다. 근로기준법이 확대 적용되면 소규모 사업장도 가산(연장·휴일·야간)수당과 연차휴가 등에 따른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해고제한 및 서면통지와 부당해고 구제신청 등으로 인한 관리비용도 감당해야 한다. 근로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반대할 순 없지만 시기가 매우 안 좋다. 중소상공인에게 위협되는 일들이 한데 몰리는 시점을 피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은행에서 빌린 돈은 중소상공인의 존립에 결정타가 될 수 있다. 오는 9월 말 코로나 팬데믹으로 자금난을 겪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에 대한 상환유예 조치가 끝난다. 본격적인 원금상환이 시작되는 시점에 부실이 한꺼번에 터질까 우려된다. 정부는 중소상공인들 앞에 어떤 위기가 닥치고 있는지부터 챙겨보기 바란다.

자영업자의 부담을 키우는 정책은 걷어내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맞춤형 정책 팁은 한가지라도 적극 개발해야 한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중소 상공업자들을 모두 안고 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도덕적 해이에 휘말릴 수 있다.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좀비업체를 솎아내는 옥석 구분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