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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재정 퍼주기에 또 밀린 국가경쟁력

[fn사설] 재정 퍼주기에 또 밀린 국가경쟁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07회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석을 보며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올해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이 64개국 중 28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보다 한 단계 떨어진 것으로 2연속 하락이다. 한국 순위는 지난 2020년, 2021년까지만 해도 2013년의 최고 기록(22위)과 비슷했다. 지난해 들어 전년 대비 네 단계 추락하며 4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뒤 올해 또 뒷걸음질을 한 것이다. 말레이시아와 바레인보다 뒤졌다. IMD가 활용한 지표는 지난해와 2021년 통계다. 윤석열 정부 들어 전방위 구조개혁과 국가 체질개선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가경쟁력의 발목을 잡은 것은 정부 효율성 부문이다. 무엇보다 재정 순위 하락폭이 심각하다. 지난해 26위에서 32위로 내려앉은 데 이어 올해는 다시 40위로 주저앉았다.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수지, 정부부채 실질증가율 등 재정 주요 지표들이 대부분 후퇴했다. 기업여건은 48위에서 5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IMD 평가 전에도 우리의 재정 경쟁력은 수도 없이 지적받은 사안이다. 채무 증가 속도가 지나치게 가팔라 선제관리가 시급하다는 권고가 국제기관으로부터 매번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나라살림이 지난 5년여 급격히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2017년 660조원이던 국가채무는 5년 새 400조원 넘게 늘어나 지난해 1067조원에 달했다. 올해는 더 늘어 113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재정을 함부로 쓰는 것을 막기 위해 나온 것이 재정준칙이지만 법제화는 진척이 없다. 그런데도 야당 대표는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빚을 더 늘릴 때라는 주장을 서슴지 않고 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9일 국회 연설에서 다시 35조원 추경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서민들 긴급생계비대출과 주거안정,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등에 정부가 빚을 내서라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위기 국면에서 소방수 역할을 하는 것이 국가재정이다.
초고령화 사회를 앞둔 우리의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재정의 둑은 높이 쌓아야 한다. 재정 퍼주기로 국민의 눈을 멀게 하는 행태는 나라에 독이 될 뿐이다. 언제까지 국가재정이 지지층 표심 잡는 용도여야 하나. 이를 극복해야 국가경쟁력도 생기고, 위기 대비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