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중국이 미국 코 앞인 쿠바에 합동 군사훈련시설을 만들기 위해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군이 지난달 11일 라오스에서 열린 '중-라오스 우정 방패 훈련'에 참가해 도열해 있다. 신화연합
중국이 쿠바에 합동 군사훈련시설을 짓기 위해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가 이뤄지면 미국 코 앞인 쿠바에 중국군이 진주하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이하 현지시간) 전현직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미 코앞에 중 군사기지
미국은 남부 플로리다에서 고작 약 161km 떨어진 쿠바에 중국군 기지가 들어서고, 이 곳에서 첩보활동도 이뤄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만과 중국 본토간 거리와 비슷하다.
미 정보당국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중국과 쿠바 양측은 쿠바 북부 해안에 군사훈련시설을 건설하는 것을 놓고 협상 중이며,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돼 세부 내용을 놓고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다만 아직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조 바이든 행정부는 쿠바 당국자들과 접촉해 협상 중단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중국군이 상주하게 될 경우 쿠바의 주권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대만 문제로 중국과 각을 세우는 동안 중국은 미국의 앞마당인 쿠바를 비롯해 카리브해, 중남미 국가들로 세력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높이고 있다.
앤터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 주석을 비롯한 중국 고위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나 양국 관계 복원을 시도하고 있지만 중국의 반응은 냉담하다. 오해에 따른 군사충돌을 피하기 위한 블링컨 장관의 미중 군사통신망 회복 제안에 중국은 확답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은밀하게 쿠바에 군사기지를 만들기 위한 계획에 착수했다는 정보가 포착된 것이다.
전현직 미 관리들에 따르면 쿠바에 중국 군사시설이 들어서면 중국은 쿠바섬에 항구적으로 군대를 주둔시키고, 미 전자신호 감청 등을 통한 정보 취합을 위한 플랫폼을 영구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141 계획
미국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현재 협상 중인 쿠바 시설이 중국의 이른바 '141계획'의 일환이라는 점이다. 미 전현직 관리들에 따르면 이 계획은 중국인민해방군이 전세계에 군사기지를 만들어 군사영향력을 확대하고, 전세계 군수보급망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미 관리들에 따르면 쿠바에는 이 141계획에 따라 이미 중국과 쿠바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합동 감청기지 4개가 가동 중이다. 2019년에 상당한 업그레이드가 진행돼 기지 하나가 4개 감청소 네트워크로 확대됐다. 중국과 쿠바가 합동 운영하는 감청기지로 중국이 깊숙이 개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41계획은 동남아, 아랍 등에서도 이미 추진 중이다.
중국 해군은 캄보디아에 해군기지를 건설했고, 사우디아라비아 맹방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도 군사시설을 만들었다. UAE 군사시설이 어떤 목적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 미 행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중국은 또 아프리카 북동부의 이른바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부르는 지역의 지부티 등을 비롯한 곳곳에 정보취합 시설을 만들어 가동 중이다. 이 곳은 중국이 태평양 지역 외에 구축한 유일한 군사기지다.
지부티 정보시설에서는 신호정보(시긴트)를 취합하고 있다.
한편 쿠바에 중국군이 진주하는 것은 미국이 대만에 군 병력을 파견한 것과 대비를 이루고 있다.
미국은 중 본토에서 약 161km 떨어진 대만에 대만군 훈련 교관 100여명을 파견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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