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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간에서 인심 난다더니...증시 추락한 작년, 미국인 기부금 감소

[파이낸셜뉴스]
곳간에서 인심 난다더니...증시 추락한 작년, 미국인 기부금 감소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주식시장 하강 여파로 지난해 미국인들의 자선기부가 수십년 만에 첫 감소세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9월 20일(현지시간) 아프리카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의 난민 대피소에서 한 가족이 텐트 앞에 앉아있다. 로이터뉴스1


미국인들이 지난해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기부금 규모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는 뉴욕증시가 팬데믹 이후의 폭등세를 마감하고 하락세로 돌아서고,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치솟던 때이다.

CNN은 20일(이하 현지시간) 인디애나대의 '기빙 USA 2023: 2022년 자선기금 연간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인들의 지난해 기부금 규모가 사상최대를 기록했던 2021년에 비해 3.4% 감소한 4999억달러(약 643조8000억원)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40년간 자선 기부금이 감소한 것은 단 4차례 불과했다.

지난해 감소폭 3.4%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지 않은 규모다. 물가상승을 반영하면 감소율은 10.5%에 이른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식시장 하강이 기부금 감소의 주된 배경이었다.

지난해 뉴욕증시 시황을 가장 잘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8.11% 폭락했다.

주식시장이 폭락한 가운데 인플레이션은 폭등했다. 지난해 미 인플레이션은 40여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물가가 뛰면서 구매력이 줄어든 가운데 소비자들의 씀씀이를 좌우하는 또 다른 변수인 이른바 '부의 효과(Wealth effect)'가 마이너스(-)가 된 것이다.

미국인들은 직전 2년 동안에는 달랐다.

팬데믹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대적인 재정·통화 정책에 힘입어 주식시장이 폭등하고, 인플레이션은 낮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미국인들의 씀씀이는 컸다.

자선 기부금 역시 2년 연속 고공행진했다.

2021년에는 기부금이 사상처음으로 5000억달러를 돌파해 5170억달러(약 665조9000억원)에 육박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자선기금 최대 기부자인 개인들의 기부가 줄었다. 또 재단, 기업 등의 자선기금 기부 역시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와중에도 큰 손들의 기부는 빛을 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 6명과 커플의 기부가 140억달러에 육박했다. 미 최고 부자들의 기부는 2년 연속 전체 개인 기부의 5%에 육박했다.

국제 구호기금과 재단에 대한 기부는 타격이 없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경우 지난해 기부금이 늘었다.

반면 종교, 교육, 인도적 지원, 보건, 미술 분야 기부금은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모두 감소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