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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단녀와 워킹맘 [테헤란로]

경단녀와 워킹맘 [테헤란로]

"아이 낳은 친구 중에 아무도 복직한 애가 없어"
7개월 된 아이 엄마의 말이다. 직장으로 돌아가고 싶은 엄마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돌봄이다. 경력단절여성(경단녀)이 되지 않기 위해 빠른 복직을 원하지만, 아이 맡길 곳이 생각보다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정부의 아이돌봄서비스·시간제보육·어린이집 0세반 등은 수요 대비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커리어에도 골든타임이 있다. 출산 후 육아 전담을 결정했다면 괜찮지만, 복직을 원하는 여성들은 아이 걱정에 마음 편히 직장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돌봄 지원을 획기적으로 늘려달라는 호소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탁아 및 보육시설을 확충해 달라는 요구다.

육아기 재택근무도 복직을 앞둔 여성들이 기대하는 지점이다. 정부가 사업자 지원방안과 법적 근거 마련을 검토 중인데, 하루 빨리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뜨겁다. 제도가 완비된 아빠 육아휴직은 사회 분위기와 기업문화를 바꿔야 한다. 법으로 보장된 남성의 육아휴직 기간은 52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가장 길지만 실제 사용률은 출생아 100명당 1.3명으로 가장 낮다. 공무원 이외엔 대다수 직장에서 아빠 육아휴직은 눈총의 대상이다. 고무적인 건 그나마 대기업을 중심으로 남성 육아휴직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업무 공백이 발생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늘려 아빠들도 눈치없이 육휴를 쓸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경력단절은 여성의 결혼 및 출산 기피를 초래한다. 악순환의 고리 속에서 저출산율 세계 1위 불명예 기록은 해마다 경신되고 있다. 올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 기록인 지난해 0.78명을 다시 한번 갈아치울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의 입에선 내년에는 0.7명대 초반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10명 중 8명꼴로 세계 1위다. 우수한 인력들이 비자발적 '경단녀'가 아닌 '워킹맘'이 될 수 있도록 획기적인 육아 부담 경감책이 필요하다. 베이비붐 세대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인구층을 형성하고 있는 90년대생이 결혼적령기다.
출산율 반등에 다시 오기 힘든 기회다. 범부처 '인구정책기획단'이 출범했다. 피부에 와닿는 정부의 다음 대책을 기대해본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