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0년을 집권하겠다던 촛불정부는 불과 5년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행정의 무능과 정치력의 부재로 말미암아 적폐 청산은 커녕 눈앞에 문제도 해결하지 못해 자리만 지킨 꼴이 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난 대선에서 무너진 진보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담은 서적이 출간돼 화제다. 원희복 전 경향신문 선임기자가 쓴 '진보재구성과 집권전략'(출판사:썰물과밀물)은 망가진 개혁진보 세력을 근본에서부터 재구성하기 위한 매뉴얼과 같다. 이 서적은 20년 지속하겠다던 촛불정부가 불과 5년 만에 쇠망한 이유를 철저히 분석했다.
저자는 "복기하고, 수정하지 않으면 개혁진보의 집권은 영원히 불가능하다"며 "철저하게 촛불정부 쇠망의 원인을 외부가 아닌 개혁진보 세력 내부에서 찾았다"고 설명했다.
저자는 대통령 문재인의 소심한 청와대 비서정치를 첫 번째 요인으로 손꼽았다. 행정은 국무회의를 통해 관료를 장악한 각 부처 장관에 의해 이뤄지는데, 문재인은 관료장악에 실패했다고 분석했다. 청와대와 내각에 기용된 학자와 시민단체 출신 역시 실력부족과 의지부족으로 관료 조직장악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인사 실패가 야기한 부동산 문제', '조국을 어찌 볼 것인가' 등의 목차에선 진보가 망한 다른 이유를 상세히 살펴봤다. 서적은 민정수석으로서 조국이 저지른 치명적 오류와 문재인 정부의 무기력한 대처 등을 신랄하게 지적했다.
심지어 '참여연대의 과욕과 무능'이라는 목차를 통해 진보 시민단체의 구태를 고발했다.
또 촛불정부에 대거 투입된 586세력의 유약함도 지적됐다. 이들은 자신의 과거가 드러나고, 종북몰이가 두려워 몸을 사리는데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실체 없는 중도확장론에 매몰된 기득권화 되고 오만한 민주당이 촛불연대 세력에서 스스로 탈퇴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정치를 몰랐던 순진한 개혁 진보단체의 어설픈 선거법 개정 움직임과, 민주당과 연대에서 드러난 전술적 오류는 내년 총선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주고 있다.
저자는 이명박으로 정권이 넘어간 이후인 2010년 지방선거와 2012년 총선에서 개혁진보진영에서 시도한 개혁진보 선거연대에 주목하고 있다. 즉 진보정당(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녹색당)의 통합 혹은 1차 연대를 거처 민주당과 2차 선거 연대를 하는 것이 유일한 활로라고 제시한다. 이미 진보정당의 연대는 추진 중에 있다.
특히 이 책에서 주목되는 대목은 최장집 전 고려대, 윤소영 전 한신대, 강준만 전 전북대, 진중권 전 동양대, 조기숙 이대 등 이른바 유명 진보논객을 비판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지난 대선에서 이들이 쓴 글과 행동을 통해 학자적 관점은 물론, 진보논객으로서도 자격이 없다고 혹평한다. 이들 유명 진보논객을 신랄히 비판하는 것은 대단한 용기다.
아울러 김경율, 민경우, 권경애, 한석호 등 80년대 학생운동권의 변신 이유도 날카롭게 분석했다. 저자는 이들은 가치(권력)배분에서 소외된 것에 대한 분노와 공돌이 출신 이재명에 대한 열패감에 기반한 허위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책은 마지막으로 개혁진보가 질 수밖에 없는 9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이 책의 저자 원희복씨는 경향신문에서 주로 정치, 공무원, 재난 관련 기사를 많이 썼다.
특히 '원희복의 인물탐구'라는 제목으로 모두 211명 인물의 내면을 탐구하는 연재물을 썼다. (재)자유언론실천재단 기획편집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기관지 '민족화해' 편집인, (사)민족일보기념사업회 이사장으로 있다. 지은 책으로 '민족일보 사장 조용수 평전'(1995), '국가가 알려주지 않는 공무원 승진의 비밀'(2011), '한국인 안전사전'(2013), '보물선 돈스코이호를 쫓는 권력 재벌 탐사가'(2015), '사랑할 때와 죽을 때'-한중 항일혁명가 부부 김찬 도개손 평전(2015), '르포히스토리아'-서대문형무소에서 팽목항까지(2016), '촛불민중혁명사'(2018) 등이 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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