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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팔고 배달앱 만드는 은행… 은행업무 넘보는 플랫폼 [한국경제, 폭풍을 넘어라 빅블러 시대<상> 전장 넓히는 금융]

혁신금융서비스
실험은 계속된다
업권 칸막이 없애는 제도개선 노력
특정사업 지원보다 시장 경쟁 촉진
최종적으로 소비자 편의로 이어져

금융당국이 업권 간 규제완화 및 경쟁촉진 등을 통해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금산분리 완화에 힘이 실리면서 금융당국은 업권 간 칸막이를 손질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실제 지난해 7월 금융규제 혁신의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출범했고 이 회의에서 금산분리 제도 개선에 대한 안건을 다루고 있다.

우선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테스트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기존 금융서비스의 제공 내용·방식·형태 등 차별성이 인정되는 금융업이나 이와 관련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규제 적용 특례를 인정하는 혁신금융서비스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를 활용해 비금융업으로 진출하는 금융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엠'이 그 예다.

'리브엠'은 지난 2019년 4월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가 3년 만에 정식 서비스로 인가됐다. 비바리퍼블리카의 통신 자회사 토스모바일과 카카오 자회사 스테이지파이브, 코나아이 등 핀테크 업체들도 전장에 뛰어들면서 알뜰폰 시장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신한은행의 배달앱 서비스 '땡겨요', 하나은행과 네이버파이낸셜의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 통장' 등도 현재 시장에서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그동안 238건의 혁신금융서비스가 선정돼 159건이 실제 시장에 출시됐다.

금융당국은 '하나·네이버통장' 같은 혁신금융상품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은행 업무위탁 규제도 풀 방침이다. 은행 등 금융회사가 핀테크 등과 협업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위탁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도 확대한다.

핀테크 금융업 진출에 대한 규제완화도 추진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핀테크 업체나 우체국 등 비은행 사업자가 예금·대출과 같은 단순 은행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은행대리업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은행의 본질업무를 외부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 정보기술(IT) 기업과의 협업 활성화도 유도하기로 했다. 아울러 핀테크지원센터와 함께 '찾아가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릴레이 간담회를 연말까지 매달 개최해 규제 개선사항을 추가 발굴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이 디지털 금융혁신을 통해 은행권과 비은행권의 경쟁을 촉진하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금융위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비금융 부문에도 활용하고 핀테크 육성 방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핀테크 기업에 법률·회계·기술 등 전문가의 '종합 컨설팅'을 제공하고 핀테크 혁신펀드 규모도 기존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확대한다.

금융당국은 빅블러 시대를 앞당겨 시장 경쟁 촉진과 소비자 편의 확대에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4월 "금융과 비금융의 경계가 모호한 빅블러 현상 속에서 비금융 IT회사와 금융회사가 협쟁하고 있다"며 "우리가 원하는 디지털 금융 혁신과 전환은 특정 사업자나 업권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 편의를 얻고 경제발전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