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강성노조에 강경 대응, 文정부와 차별화
주52시간·포괄임금제·시장 이중구조 등
노동세습·불공정관행 타파 속 협력 필요
노동개혁 입법 패키지로 8월께 나올 듯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이 넘은 상황에서 노동개혁은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강하게 추진하는 3대 개혁 중 하나로 여겨진다. 그 결과 민주노총이 도심 집회 후 자진해산하고, 한국노총 산별 노조의 농성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경찰의 진압 강도도 높아지면서 전임 문재인 정부의 친노조 행보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성과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주 69시간 논란으로 제동이 걸린 노동개혁으로 갈 길은 여전히 멀다는 지적이다. 현재는 집권여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노동개혁과 관련해 어젠다를 모으는 과정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상생 연대 임금, 포괄임금제 등 전반적 노동개혁 입법이 패키지로 오는 8월에 나올 것으로 전해졌다.
■강성노조 대응으로 시동 걸렸던 노동개혁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은 강성 노조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여론의 호응을 받았다.
주 52시간제, 포괄임금제,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어려운 용어가 난무하는 노동관련 정책에 혼선이 거듭되는 사이 윤 대통령은 대형 강성 노조에 대한 강경 대응으로 노동개혁 명분을 쌓아나갔다.
최근에는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가 한국노총 산별노조 고공농성 진압 과정에서 해당 노조 간부가 정글도를 들고 저항한 것을 언급, "불법이 자행되고 있는데 공권력이 눈감아야 되는 겁니까? 이전 정권에선 그렇게 했는지 모르지만 윤석열 정부는 그렇게 못하겠습니다"라고 단호한 대응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인해 국민의 일상생활은 물론 산업 물류에 큰 차질이 빚어지자 윤 대통령은 강경 대응에 나섰고 '건설현장 폭력'을 '건폭'이라고 압축해 표현하면서 엄정한 단속을 주문, 지지율도 이에 호응하듯 상승한 바 있다.
다만 강성노조에 대한 맞대응과 함께 바람직한 노조 활동을 이끌 수 있는 인센티브 필요성도 제기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조를 때리면 그만큼 국민들의 지지를 얻는다는 것을 화물연대 파업으로 겪으면서 노조를 비리집단이든 적폐집단이든 아니면 여러 가지 문제를 삼는다"며 "윤석열표 노동개혁의 가장 큰 저항세력이 노조가 돼 있고, 그럴 때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는 식의 의도나 효과를 바라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바로잡는 건 그대로 가고 대신 '노조 활동하는 사람이 다 나쁜 놈'이란 식으로 일을 하면 사회적 타협이 불가능하다"며 "대화 상대로 인정하고 같이 협력해야 한다. 노동세습이나 불공정 관행을 없애고 어떻게 노조 활동이 잘되게 지원할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69시간 논란에 주춤…이제 본격적 시작
근로시간 개편이 주 69시간 논란에 집중되면서 여론의 힘을 잃은 노동개혁은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연하게 적용될 근로시간 틀을 만들고 휴가 또는 대체인력 투입이 가능한 노동여건을 마련하는 게 근로시간 개편안의 핵심이지만, 기업에서 휴가를 보장하거나 대체인력을 투입해준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문제다. 디자인 또는 정보기술(IT) 분야 개발자들과 일반 사무직의 근무여건이 달라 확실한 수당을 챙겨주거나 휴일을 보장하는 방식에 있어 매우 섬세한 접근방식이 요구되고 있으나, 정부의 방식은 아직 이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근로시간과 함께 논의대상으로 거론되는 것은 포괄임금제다. 추가 연장근로나 휴일근로 등을 실제 근로시간으로 따지지 않고 일정액을 시간외 근로수당으로 지급하는 방식의 포괄임금제로 근로자들이 근무한 만큼 제대로 된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이에 정부는 기업 측에서 근로시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 실제 일한 만큼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는 않는 등 포괄임금제 오남용이 많다고 보고, 관련 대책을 준비 중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양질의 일자리와 그렇지 못한 일자리로 양극화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하는 것도 과제다. 워낙 고질적인 문제다 보니 기업 또는 노조 한쪽에 쏠리지 않는 정책 추진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한다고 해놓고 기업 민원을 해결하는 방식으로 친기업적 노동개혁을 하면 오히려 이중구조 격차를 확대하는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이 바라는 건 고임금 정규직의 임금도 깎고 그들의 고용을 유연화하는 것인데 이 사람들은 대형 노조로 뭉쳐 방어해도 비정규직이나 중소사업장에선 노조가 없어 대응도 하지 못하고 부작용만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당정은 노동개혁은 아직 시작단계라 보고 관련 주제들을 수집하고 있다. 불법 폭력행위는 많이 사라지고 있어 개혁 성과지만, 다른 현안들은 이제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사회 약자층을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법과 원칙에 의한 현장 안정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공정 분야도 강조할 예정인데 채용시장에서의 불공정성 개선과 건설노조에서의 문제를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정경수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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