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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주가하락 베팅하는 공매도 급증...1조달러 돌파

[파이낸셜뉴스]
미, 주가하락 베팅하는 공매도 급증...1조달러 돌파
엔비디아를 비롯한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이 폭등하며 뉴욕증시가 이달 들어 큰 폭으로 오른 가운데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먼저 내다파는 공매도 규모가 1조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23일(현지시간) 나타났다.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공매도 투자자들은 테슬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아마존 등 5개 종목을 특히 집중적으로 공매도해 규모가 83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뉴스1


미국 주식시장이 이달 들어 급등세를 타면서 강세장 여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주가 하락을 예상한 공매도는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즈니스인사이더(BI)는 23일(이하 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S3파트너스 자료를 인용해 지난 16일 현재 미 주식시장 공매도 규모가 1조달러(약 1310조원)를 돌파했다고 보도했다.

공매도 규모 상위 5개 종목은 테슬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아마존 순이었다.

공매도 규모 1조200억달러


S3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지난해 4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가운데 이달 미 주식 공매도 규모는 16일 현재 1조200억달러(약 1330조원)에 이르렀다.

뉴욕증시 상승세가 이제 약발이 다해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판단으로 주가 하락에 베팅한 규모가 1300조원이 넘었다는 뜻이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이달초 주가 상승으로 1010억달러(약 132조원) 손해를 봤지만 또 다시 과감한 공매도에 나섰다.

공매도 상위 5개 종목인 테슬라 등에 대한 공매도 규모는 16일 현재 830억달러(약 108조원)에 이른다.

BofA 내에서도 비관·낙관 교차


공매도 규모가 크게 증가한 가운데 전문가들의 전망은 크게 갈리고 있다. 뉴욕증시가 더 오를 수 있을지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심지어 같은 투자은행 내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주식시장이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은 지금이 강세장이라는 판단을 토대로 하고 있다. S&P500이 지난해 10월 저점 이후 20% 넘게 오르면서 새로운 강세장에 진입한 터라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낙관이다.

CNBC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차트분석가인 스티븐 서트마이어 최고기술전략가(CTS)는 최근 분석노트에서 지금 주식시장 하강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트마이어는 "랠리를 놓칠 수 있다는 두려움(FOMO)"이 뉴욕증시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면서 S&P500이 이전 저항선인 4200, 4325를 뚫고 연말에는 4580까지 갈 것이라고 낙관했다.

반면 같은 은행의 최고투자전략가(CIS) 마이클 하트넷은 지금은 강세장이 아니라면서 2000년 닷컴거품 붕괴, 2008년 금융위기 직전 증시 상승세를 연상시킨다고 주장했다. 하트넷은 추격매수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낙관론자들도 갈려


뉴욕증시의 대표적인 낙관론자들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제러미 시걸 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 재무학 교수는 랠리가 조만간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미 경제가 비록 강도가 약하기는 하지만 올해 침체에 빠지면서 증시랠리도 끝장날 것이란 우려다.

시걸 역시 지금 상황을 닷컴거품, 주택시장 붕괴 이후 상황에 빗대면서 지금까지의 상승분 모두를 까먹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또 다른 대표 낙관론자로 펀드스트래트 글로벌어드바이저스 공동창업자인 한국계 톰 리는 랠리 지속을 전망했다.

펀드스트래트 리서치 책임자인 그는 미 경제가 침체 대신 확장세라면서 침체에 따른 기업실적 둔화가 없을 것이어서 증시는 랠리를 이어갈 수 있다고 낙관했다.

이전 통계는 추가 상승 예고


CFRA의 이전 통계자료도 하반기 추가 상승을 예고하고 있다.

CFRA에 따르면 1945년 이후 하반기에 증시가 상승할 확률은 69% 수준이지만 상반기에 증시가 상승할 경우 하반기 상승 확률은 72%로 더 높아진다.

특히 S&P500이 상반기 10% 넘게 올랐을 때에는 하반기에 평균 8% 상승했다. S&P500은 올들어 13% 올랐다.

AI 거품일까


올해 뉴욕증시 상승 동력인 인공지능(AI) 바람이 새로운 변혁의 출발점인지, 아니면 거품인지를 놓고도 전문가들조차 헷갈려 하고 있다.

인터넷 혁명처럼 사회와 경제 패러다임 전체를 바꾸는 새로운 바람이라면 주가 상승 발판인 AI가 거품이 아니고, 지금의 주식시장은 새로운 강세장으로 증시 추가 상승 기대가 가능하다.

아니라면 닷컴거품 붕괴 당시와 같은 대규모 폭락을 각오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여기서도 의견이 갈린다.

증시 하강을 예상한 시걸은 닷컴거품 당시와 달리 이번 AI붐을 일으키는 업체들은 실제로 순익을 내고 있다면서 거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웨드부시증권의 유명 애널리스트인 댄 아이브스도 지금 흐름은 인터넷 붐을 불렀던 1995년과 닮았다고 평가했다. 아이브스는 인터넷으로 세상이 바뀌었던 1995년처럼 지금은 AI로 세상이 바뀔 변혁 초기 단계라고 강조했다.

반면 BofA의 하트넷은 'AI=인터넷'이라면서 지금 AI 열풍은 미니거품이라고 지적했다.

TAM자산운용의 제임스 페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회사 이름에 닷컴만 붙이면 주가가 폭등했던 당시와 지금 흐름이 다르지 않다면서 거품이라고 못박았다.

한편 대규모 공매도는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설 경우 주식시장 상승세를 더 부추기는 호재가 될 수도 있다.

주가가 오르면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 공매도에 나섰던 공매도 투자자들이 서둘러 주식을 매입해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공매도압박'이다.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해 1주일 전체로 하락세를 기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