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원자력발전소 전경. /
[파이낸셜뉴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특별법의 국회 통과가 지지부진하다. 국회 공전 속에 원전에 쌓여가는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영구히 처분하는 부지를 선정하기 위한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는 것. 21대 국회 임기 내 해결하지 않으면 임시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의 저장 용량 포화시점을 맞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 경우 기저발전 역할을 하고 있는 원전의 가동을 멈춰야만 하는 최악의 상황이 생길수 있다는 지적이다.
포화시점 다가오는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 시설이 가장 먼저 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원전시설은 한빛원전으로 2030년으로 예상된다. 이후 한울원전이 2031년, 고리원전이 2032년으로 전망된다.
고준위 방폐물이란 고열과 고농도의 방사능을 보유하고 방출하는 핵종(核種)이며, 대표적으로 사용후핵연료가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원자로 속에서 핵분열 반응 중에 생긴 핵분열 생성물 때문에 높은 방사능을 갖고 있으며, 핵분열 반응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 열을 발생한다. 이 때문에 수조 등을 갖춘 임시저장고에서 열을 식히고 저장하고 있다.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 보관기간은 국가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50~60년이며, 이 기간이 지난 사용후핵연료는 인간생활과 영구히 격리하는 최종처분 단계를 밟게 된다.
문제는 임시저장 이후에 처리할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장이 우리나라에는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1983년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을 수립하면서 방폐장 부지선정에 나섰지만, 2005년 경주를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로 확정하는데 그쳤다. 고준위방폐장은 지역 주민의 반대로 인해 여러해 동안 공전했다. 고준위방폐장 설립까지 조사 계획 13년, 실증 연구 14년, 영구처분시설 건립 10년 등 최소 37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건설을 시작해도 포화 시점보다 늦어질 수 밖에 없는 상태다.
조재완 녹색원자력학생연대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고준위방폐물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계류중인 3개 특별법, 통과는 요원
21대 국회에는 고준위방폐물 관련 특별법 3개가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민의힘에서는 이인선·김영식 의원이 발의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성환 의원이 법안을 냈다. 이들 법안은 고준위방폐물 관리위원회 설치, 고준위방폐장 부지선정 절차, 처분장 유치지역 지원체계,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 설치 절차 등을 공통으로 담고 있다.
여야 모두 특별법을 발의했지만 고준위 특별법 논의가 지지부진한 것은 여야 간 이견과 일부 탈핵단체의 반발 탓이다.
대표적 쟁점이 바로 부지내저장시설 사용후핵연료 저장용량이다. 김성환 의원안은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의 용량에 대해 '설계수명 기간 동안의 발생 예측량'으로 규정했다. 즉, 원전이 최초 허가를 받을 때의 설계수명 기간으로 저장용량을 한정해, 수명이 끝나면 저장시설 용량을 늘릴 수 없도록 했다.
반면 김영식 의원안은 '계속 운전을 포함한 운영기간 동안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양', 이인선 의원은 '운영허가를 받은 기간동안 발생량'으로 명시했다. 원전 수명이 연장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조속히 처리해야할 고준위 특별법이 '원전의 계속운전 여부'라는 에너지쟁점에 발목을 잡힌 셈이다.
특별법은 2022년 11월22일 소위에 첫 상정된 이후 총 8차례 상정됐지만, 여야간 뚜렷한 합의안은 도출되지 않았다.
특히 하반기 총선정국에 들어서면 지난 20대 국회처럼 법안처리는 뒷전으로 흘러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했는데, 원전이 무탄소 전원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고준위 방폐장을 확보하고 계획을 실행할 수 있는 특별법을 제정토록 하는 요건이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전 산업 뿐만 아니라 산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